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9
바람이 살짝 불었는데
노란 잎이
두두둑 떨어져요
눈이 오는 것처럼
은행나무잎이
두두둑 떨어져요
잎이 떨어져서
슬퍼졌어요
은행나무가
무서워 보여요
잎을 주워서
차곡차곡
정리하고 싶어요
그러면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나. 9
살짜기 회색빛이 돌기 시작한 거리를 지나다
고개를 돌려 은행나무를 한참 바라보는
너의 눈빛을 본다
서글픔을 품은 눈
너의 시선이 머문 곳에
커다란 은행나무 한그루가
샛노란 은행잎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그다지 세지도 않은 바람이었는데
모든 짐을 토해내듯
잎을 떨구고 있었다
슬프다는 너의 말이
나무의 두려움을 걱정하는 너의 말이
위로하고 싶은 너의 말이
꼭 너를 보는 내게 하는 말 같아
벌거벗겨진 나무처럼
그대로
나도 멈추어버렸다.
너의 위로를
내가 받는다
고맙게도
염치없게도
너의 위로에 내가 세워진다
지호는 소토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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