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우모션 Nov 03. 2021

산책

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3


저녁을 먹으면

엄마랑 아빠랑 사랑이랑 산책을 가요

산책길은 넓어서 좋아요

강아지 소리도 들리고

새소리도 들리고

골목 끝 할아버지 소리도 들려요

산책길이 추워서 몸을 덜덜 떨어요

엄마와 그림자놀이를 하고

아빠랑 가는 사랑이를 쓰다듬다 보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요.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 3



남들보단 이른 저녁을 먹고

우리는 늘 산책을 가지

어떤 날의 길은 모든 게 완벽하지만

어떤 날은 길은 비도 오고 바람도 불었어

그럴 땐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었지

우린 그렇게 매일 산책을 가


똑같은 산책길이

계절마다 때론 우리의 기분 따라

힘들고 지루하기도 하고

재밌고 건강해지는 듯도 해


걷는 동안

나는 너의 말을 들으려 애쓰고

너는 길의 모든 소리를 담으려고 애썼구나

추워지는 저녁 산책에

돌아가 따뜻해질 기대함을 갖는 너를 보는 일이

나에게는 온기고 평안이야

우리 내일도 산책을 가자

내일은 나도 너의 시선에 걸음을 맞춰볼게



지호는 소토스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https://brunch.co.kr/@tjfgml1614/98

이전 03화 낙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