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 4
비가 내려요
주룩주룩
장화를 신고 우비를 입고
첨벙첨벙하고 놀아요
사랑이는 부르르 해요
재밌게 놀아서
우비를 정리해요
비가 오면 좋아요
내 방에도 비가 내려요
타닥타닥
나. 4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산책길에
우산보단 우비를 입고
골이 파인 길마다 채워진 작은 웅덩이에
활짝 웃으며 발을 담그고
첨벙 대는 너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춥지 않을까
감기 들지 않을까
나의 쓸모없는 염려 따윈
너의 시간에 필요치 않더구나
질퍽거리는 길
차바퀴가 빠질까 보기 싫은 웅덩이
낙엽이 젖어 지저분해진 마당
나의 불평 어린 시선은
무의미하게 정리되었다
안락한 너의 공간에 닿자마자
모닥불 타듯 바뀌는 너의 빗소리에
나도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가을비가
지나가고 있구나
지호는 소토스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https://brunch.co.kr/@tjfgml161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