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우모션 Nov 11. 2021

감기

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6




머리가 아파요

속이 아파요

코가 나왔어요

코 닦아주세요

감기를 낫게 하려면

감기야~~ 나아라~~

소리쳐요

엄마랑 아빠랑 말해요

아프지 마

지호 안 아파요



나. 6




내 새끼가

아프구나

내 딸이

머리가 아프고 콧물이 흐르는구나

겨울이 온다고 설렘에 취해

네게 감기가 왔는지 몰랐어


날 때부터 약에 취했던

네 흐릿한 눈빛이

아직도 가시처럼 박혀있단다


그 무엇도 선명하지 않던 시절

그저 네가 우리 품에 빨리 안기기를

네게 이불을 덮어주고

내손으로 젖병을 물릴 수만 있다면

다시는 너를 아프게 하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이제는 언제든 손 닿을 곳에 있지만

여전히 너는 또 아프고

엄마와 아빠는 무력하게

애만 태우는구나


아프고 쓰라린 곳을

스스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너는 

또 얼마나 애가 타니


아프게 낳아서

약하게 낳아서

엄마가 미안해

그럼에도 염치없이..

그저 지나가는 감기이기를

너의 외침에 감기가 싹 낫기를


아프지 마라 내 딸아



지호는 소토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https://brunch.co.kr/@tjfgml1614/98

이전 06화 첫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