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래 다닐 생각은 없었지만은
“아직도 학교 다녀?”
요즘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꼭 듣는 말이다.
스물다섯, 이미 졸업할 나이를 한참 넘긴 내가 이 질문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서 여전히 학생 신분에 머물러 있으니, 남들이 보기엔 정체된 듯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졸업하기 싫어, 책임을 지기 싫어의 마음으로 학교에 갇혀 있었던 건 아니다.
이렇게 오래 학교에 머무르게 된 건 나만의 다음 단계에 대한 끝없는 연구였다.
우리 사회에는 당연함의 굴레가 존재한다.
당연히 20살이 되면 인서울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당연히 여자라면 23-4살에 졸업 후 대기업 혹은 공기업에 취업하고 (당연히 프리랜서, 유튜버와 같은 다른 형태의 직업은 고려되지 않는다), 당연히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 되면 결혼에 "골인"한다.
이 당연함의 축구장에서 정해져 있는 골대에 골인하기보다는, 나만의 세계에서 매일을 살아나가고 싶었다. 내 취향은 축구가 아닐 수도 있지 않는가? 왜 우리 모두는 이 비좁고 오래된 축구장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지?
마침 내 전공인 경영학과는 대부분의 직무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는 동시에, 나만의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분야이다.
(사실 지금은 대학생의 신분으로 과연 "나만의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지만, 스무 살의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면 그 목표에 닿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마치 평생을 노동에 바치면 언젠가 나만의 집을 얻을 것이라는, 신기루 같은 희망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나를 아는 것"이 곧 기회였고, 경쟁력이 되었다. 이 모든 게 합쳐져서, 내 대학생활은 본의 아니게 2년이나 더 이어지게 되었다.
그동안 내 주변을 돌아보면 감사하게도 참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해 왔다.
특히 나와 비슷한 시기에 휴학한 친구들이 많아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걸어갈 수 있었다. 한 친구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다가 갑작스레 외국 항공사에서 1년간 승무원으로 일하고 학교로 돌아왔고, 또 다른 친구는 꾸준히 4개 언어를 탐구하며 중국과 독일에서 1년씩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옷 스타일조차 잘 모르던 스무 살 무렵, 우리의 최선은 최대한 많은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이었다.
이제 4학년의 끝자락에 선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 어떤 친구는 이미 졸업해 취업했고, 또 다른 친구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둘 다 병행하며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다른 친구들은 아직도 학교에 다니거나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우리에게 “그래서 원하는 길을 찾았어?”라고 묻는다면, 반은 찾았고 반은 여전히 찾는 중이라 답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부딪치고 만나고 헤어지면서 얻은 답들을 소중히 업고 나아가는 중이지만, 그 답은 25년짜리 불완전한 답이기에 우리는 평생을 바쳐 끊임없이 탐구할 수밖에 없다.
청년층이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역대 최장으로 기록된 2024년, 대학 6년 차에 접어든 나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왜 빨리 졸업 안 해?”라는 순수한 호기심과 약간의 질책이 담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기이자 반성문 같은 이 글을 써본다.
자소서만 80개 넘게 썼던,
창업 준비에만 4번을 실패하고도 도전해 5,300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비전공자로 삼성 개발자 인턴까지 성공했지만 개발자의 길을 가지 않기로 한,
아주 개인적이지만 어쩌면 모두의 이야기일지 모르는 나의 대학생활 6년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