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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by 정희주

어릴 때 소풍을 갈 때면 보물찾기 놀이를 했다. 보물찾기 놀이는 종이쪽지에 공책, 연필 등 선물 이름을 적은 후 들판이나 공원에 숨겨 놓은 후, 그 쪽지를 찾아 실제 선물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보물찾기 놀이는 늘 어딘가에 숨겨진 '무엇'이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어디 있는지 모르는 그 보물을 향해 아이들은 뛰고, 헤매고,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살핀다.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도, 엉뚱한 곳에서 살짝 삐져나온 누런 종이 조각 하나에 가슴이 뛴다. 어디서 보물을 찾았다는 환호성이 들린다. 하나도 못 찾은 아이는 가슴이 콩닥거린다. 정해진 시간은 끝나가고, 보물을 찾아야 하는 풀밭은 너무 넓다. 결국 시간 종료를 알리는 선생님의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빈손이 된 아이는 신발을 털털거리며 선생님이 부르는 곳으로 간다.


나는 보물찾기 놀이가 싫었다. 한 번도 보물을 찾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 보물 찾기는 초등학교 입학 전 다니던 교회에서 갔던 야유회였다. 야유회에서는 스케치북과 그리기 도구를 가지고 사생대회를 하고 마무리 피날레로 보물찾기 놀이를 했다. 함께 간 친구들은 보물을 찾았지만 나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 나중에 보물을 찾은 친구로부터 보물을 찾게 된 비법에 대해 듣게 되었다. 친구는 야유회에 따라 나온 엄마가 몰래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려주었다고 했다. 그 순간, 내가 그동안 왜 보물 찾기에 실패했는지 의문이 풀렸다. 보물은 보물을 숨겨놓은 힘 있는 권력자가 귀띔을 해줄 때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 엄마는 교회에도 학교 소풍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에게는 보물의 위치를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보물찾기 놀이를 할 때마다 나는 늘 빈손이었다. 그렇게 내가 보물 찾기에 실패했던 이유는 모두 뒷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 보물찾기 놀이는 흥미가 없었다. 내게 보물찾기 놀이는 공평한 놀이가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확실한 것만을 찾았다. 술래잡기 놀이와 같이 확실한 것이 좋았다. 요령을 피우지 않고 빠르게 내달리기만 하면 술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숨바꼭질 놀이는 자신의 몸을 숨기는 것이니 그런 놀이야말로 정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것만을 쫓게 했다. 이걸 투자하면 저만큼 수익이 나고, 이것을 공부하면 합격을 할 수 있는 것에만 도전했다. 그리고 노력과 결과는 동등한 것이어야 했다. 노력이 있으면 결과가 나와야 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으면 음료수가 반드시 나와야 하는 것처럼, 투입 대비 산출은 반드시 분명해야 했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노력을 했지만 응답이 없는 일도 허다했다. 어떤 것들은 나의 노력에 비해 응답이 몇 년이 지나서 이루어지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가 있어야만 꼭 좋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사랑했다고 해서 그 사랑이 영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이별했다고 죽을 것처럼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삶이 계산기처럼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작년에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어린 시절 앨범을 다시 찾게 되었다. 어린 시절 앨범 속에는 보물찾기 놀이를 했던 교회의 야유회 사진이 있었다. 보물 찾기에서 보물을 하나도 찾지 못해서 속상했던 날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에는 오랜 시간 잊고 지내던 주일학교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은 그날 내 옷이 너무 추워 보인다면서 마른 내 어깨를 꼭 끌어안아 주셨다. 선생님은 내 부모님이 교회에 다니건 아니건 상관하지 않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신 교회의 유일한 어른이었다. 아니다. 내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나를 지켜보고 있던 더 많은 다정한 시선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볼 수 없었다. 나는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뻔히 있지만 보지 못했던 수많은 보물들이 있다. 보물들은 찾기 어려운 곳에 꼭꼭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발견되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발견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내가 눈치채기만 한다면 도처에 있는 것들이었다. 어쩌면 그리도 찾던 행복도 이런 것들이 아닐까. 언제나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것들 말이다.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을 때만 찾게 되는 것, 찾겠다는 의지가 있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것. 행복은 노력해야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있는 것을 알아채는 능력이.


발견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내 삶의 현장을 돌아보자. 아침에 길을 나설 때 자주 마주치는 아파트 관리실 직원은 명랑소녀처럼 웃으면서 "잘 다녀와요"라고 인사를 건네주신다. 나도 덩달아 마음이 명랑해진다. 상담센터에 출근하면 흰색 말티푸 강아지가 나를 반긴다. 내가 만난 수컷 중에서 가장 도발적으로 내 품에 안겨든다. 저녁 늦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설거지가 되어 있다. 남편이 뒷정리를 깨끗이 마무리 지어준 것이다. 늦게 일어나서 걱정했던 아이들도 학교와 학원에 빠지지 않고 잘 다녀왔다.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안심이 된다. 덕분에 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매일같이 글을 읽고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면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다. 매일 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삶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일상의 행복은 어느 날 우연이 만나게 되는 귀인도 아니고 어쩌다 먹게 된 맛있는 음식도 아니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을 알아채고, 매일같이 내가 할 일을 해내는 삶이다. 쉬운 것도, 시시한 것도, 가볍게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제 할 일을 해내야 하는 삶이다. 행복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밀고 나가는 순간에 있다. 오늘의 보물찾기 미션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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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미술치료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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