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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결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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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우 Aug 07. 2022

[소설] 연결 16

주주총회

유비쿼터스 주주총회일이다. 새로 대표이사로 추천된 이경도 회장의 아들 이재영이 주주총회장에 들어섰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건장한 보디가드를 6명이나 대동했다. 상혁과 찬영의 소액주주 지인들이 주주총회장에 와서 재벌 기업의 스타트업 죽이기라며 항의를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넓은 주주총회장에서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언론들도 침묵했다. 괜한 싸움에 말려들기 싫었던 것이다. 오히려 유비쿼터스의 경영권을 가져옴으로써 대형그룹의 시너지가 커졌다는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써대기 시작했다.

주주총회 사회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사 교체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주주총회 의장인 임상혁은 자신의 목소리로 이사 교체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하고 자신은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 이사직에서 물러남을 알렸다. 임상혁 아니라 사내이사인 찬영, 그리고 상혁이 영입했던 사외이사들도 모두 해임되었다. 이재영을 비롯한 대형그룹 임원들과 코털이 이사회에 포진되었다. 이재영은 대표이사  CEO 선임되었다.

“이제 인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디지털 문명을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호모모빌리쿠스’입니다. 사람들은 365일 24시간 대형그룹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대형그룹의 스마트폰으로 대형그룹의 네트워크를 타고 전달된 데이터를 교환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고객은 그리고 여러분은 대형그룹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 주주총회를 계기로 유비쿼터스는 대형그룹의 연결 생태계에서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재영의 대표이사 수락연설이 끝나자 변호사는 주주총회가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선언하고 공증을 마쳤다. 이로서 유비쿼터스의 등기부 등본에서 임상혁 이름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나중에  사실이지만 대형그룹은 스타벤처캐피털과 모네타의 투자 10배가 넘는 금액으로 유비쿼터스의 지분을 사들였다. 회원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대형그룹의 방해로 형편없는 재무 실적을 고려하면 말도  되게 비싼 가격에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그룹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임상혁은 이런 시나리오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주총회가 끝나고 회사로 돌아온 임상혁을 직원들이 묵묵히 지켜봤다. 임상혁은 이제  이재영이 들어올 자신의 사무실로 가서 자신의 물건을 박스에 챙겨서 나왔다. 나를 포함한 유비쿼터스 직원들이 하나둘씩 싸가지의 사무실 앞으로 몰려들었다. 나도 대형그룹의 음모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추측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낯짝도 두껍다란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았지만 임상혁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었다. 대부분의 여직원들 눈에는 눈물이 어려있었고, 남직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표님......”

모두 임상혁 하나만을 믿고  작은 회사에 자신의 운명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임상혁을 불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함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여기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회사 설립 등기를 마치고 축하 파티를 할까 하다가 회사로 돌아와 밤새워 일했던 , 회사에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처럼 다른 회사 앱을 개발해주고 받은 천만 원이 회사 통장으로 입금되었을  처음으로 했던 회식, 월급을  받은 직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회식을 했지만 오히려 대표님을 믿고 일하겠노라고 오히려 힘내라고 말해주던 직원들, 최초 사내 커플에게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전달했던 작은 선물,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고 세리모니를 했던 , 예상과 달리 빠르게 증가하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밤새 돌려 막으며 하루하루 마음 졸이던 날들, 회원수가 천만 명이 넘은 것을 기념해서  직원이 참여했던 제주도 워크숍. 그런 아련한 기억들이 그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으리라. 물론 스파이인 나는 직원들로부터 전해 들은 모든 아름다운 기억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내가 싸가지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모든 소용돌이를 뒤로   임상혁은 그렇게 회사를 떠났고, 그날 유비쿼터스의  직원은 자신의 ‘커넥팅’ 계정 근조 표시를  유비쿼터스 로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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