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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펭귄 Nov 21. 2022

기업이 홍보인을 중요시 해야 하는 이유

홍보+人 10


인적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능력, 상황별 대처능력 등 기업 홍보의 자산의 법인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홍보인 개인에게 축적된다. 홍보인이 떠나면 그동안 축적한 홍보자산이 함께 떠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홍보에서 맨파워는 중요하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홍보인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위기 대응 시 홍보의 개인 역량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된다. 매뉴얼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과 질문에 대응하고 상황별 메시지를 관리하는 것은 홍보인 개인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빠른 판단력과 의사결정, 그리고 정제된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매뉴얼이 아니라 홍보팀 개개인의 능력이다.


K그룹은 2010년 초 중반 많은 위기 상황을 겪었다. 아웃도어 의류의 발암물질 검출 사건부터, 글로벌 기업과 소송, 그리고 10여 명이 사망한 건물 붕괴 그리고 오너가 리스크까지 일 년이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터졌다. 하지만 K그룹은 모든 상황을 다 겪었다. 경쟁사인 H그룹보다 십분의 일밖에 되지 않은 홍보예산과 절반도 되지 않은 인력으로 그 많은 위기 상황을 이겨낸 것은 결국 맨파워였다.


언론사 출신의 커뮤니케이션실장을 중심으로 언론홍보팀 인력들은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처했다. 당시 K그룹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신뢰’ ‘공평’이었다. 신뢰는 언론에 거짓말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룹 홍보실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솔직하게 취재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히고 양해를 구했다. 둘째는 공평이다. 언론사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의미다. 조선일보와 인터넷 매체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 특히 위기 상황 속에서 모든 언론의 전화취재에 응했다. 방송사의 인터뷰는 거절할지언정 모든 언론사 취재에는 공평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K그룹은 그 모든 위기 상황 속에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했던 홍보 인력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대부분 다른 회사로 옮겼거나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는 외부 인력들로 채워지고 있다. K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이 유지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K그룹 최고경영자는 미디어 커버리지(Media Coverage)를 홍보팀의 능력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부정적인 이슈를 수면 아래에서 관리하는 홍보팀의 노력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미디어 보도 규모만을 홍보팀의 성과지표로 보기 때문이다.


미디어 보도량은 단순히 홍보팀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이유는 두 회사가 해당 산업과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두 회사의 광고비는 우리나라 언론사들의 매출과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규모가 크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언론사는 매출에 도움을 주는 기업의 기사를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언론이 생산해 내는 기사 콘텐츠는 공적인 영역에 해당하지만, 언론은 사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다. 갈수록 미디어가 다양해지는 시대에 언론은 뉴미디어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뉴디어와의 경쟁하며 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독자들이 좋아하는 뉴스 콘텐츠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고 둘째는 매출에 도움이 되는 기업 관련 뉴스의 보도량을 늘려 기업의 협찬을 유도하는 것이다. 협찬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에 숨기고자 하거나 기업의 부정적인 면을 취재해 협찬을 요구하기도 한다. 반면 언론사 매출에 도움이 되는 기업들은 긍정적인 뉴스의 보도량을 늘린다.


결국 미디어 커버리지는 홍보팀 예산과 연결돼 있다. 각 산업군에서 상위기업들의 뉴스가 크게 보도되는 이유는 해당 기업들의 광고예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 기업의 홍보팀 활동비 예산이 월 8,000만 원이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웬만한 기업들의 월 홍보예산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홍보활동비만큼 많은 언론사 구성원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언론사를 만나는 만큼 언론사의 민원성 요구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홍보예산은 모든 것을 감안하고 결정돼야 한다.


“너희들은 맨날 기자들 만난다고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이런 기사도 통제 못하냐?” 많은 기업의 임원들이 홍보팀 관계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홍보팀은 슈퍼맨보다는 배트맨에 가깝다. 배트맨이 장비가 없으면 일반인에 불과하듯이 유능한 홍보인도 예산 없이 홍보를 잘할 수 없다. 관계가 좋은 언론이라도 예산 없이 유지될 수 없다. 언론은 맛있는 밥 한 끼, 술 한잔 사주는 홍보팀보다 언론사 혹은 부서의 실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홍보팀이 더 고맙다. 밥과 술은 언론사 구성원과 친목을 다지는 일이지만 홍보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언론사의 지속 가능 성장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언론사 처지에서는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기업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K그룹의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분은 그룹의 홍보역량을 비난하며 경쟁사인 H그룹과 비교했다고 한다. 비교 대상은 미디어 커버리지 양과 주가(기업가치)였다고 한다. 홍보팀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주가도 낫고 언론 기사 양도 H그룹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보도된다는 얘기다. K그룹은 홍보예산을 적게 쓰기로 유명하다.

언론사에는 매년 언론사에 도움을 주는 각 기업의 홍보팀을 초청해 행사를 개최한다. 수십 개의 테이블 자리 배치는 참석자의 지위도 고려되지만, 언론사 실적 기여도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언론사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매번 메인 테이블에 배치된다. 그리고 H그룹은 사주 이슈화 경영승계 이슈가 불거진 이후로 메인이나 차석테이블로 배정받고 있다. 사주 이슈를 거치면서 홍보팀 예산이 10배 이상 늘었다는 소문이 있다. H그룹은 홍보실 임원도 대폭 늘었다. 대부분 내부 승진이 많다.


K그룹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대 재해를 겪고, 산업계에 이목을 집중시킨 소송 이슈를 겪는 중에도 홍보팀 예산이 크게 늘지 않았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배트맨이라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디어커버리지는 언론사의 실적과 관계되어 있다. 특히 종이신문의 지면 기사는 더욱 그렇다. 온라인 뉴스는 용량의 제한이 크지 않지만, 종이신문은 한정적이다.


언론사 처지에서는 한정적인 예산은 효율적으로 활용해 최대한의 실적을 올려야 한다. 수천 건의 보도자료를 모두 지면에 반영할 수도 없고, 홍보팀의 요청을 매번 들어줄 수도 없는 이유다. 결국 언론사 실적에 도움이 되는 기사, 도움을 주는 기업의 뉴스를 우선시하여 지면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언론사와 기업 홍보의 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미디어 커버리지 만으로 홍보팀의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로 삼는 것은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사 사주와 호형호제하고 말 한마디로 수억 원의 광고비와 기획 기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기사가 주는 미묘한 어감의 차이 때문에 단어 하나를 바꾸기 위해 기자들과 입씨름하는 홍보팀의 고생을 알 수는 없다.


K그룹에서 일화다. “몸으로 때우든 술을 마시든 알아서 하는데 홍보예산을 절대 늘리지 마!” 커뮤니케이션 팀장 역할을 맡게 된 직원이 담당 임원에게 들은 첫 지시였다. 전임자보다 미디어 범위도 늘리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구상했던 담당자의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 “예산을 적지만 열심히 해봐”가 아니라 “예산을 쓰지 마”라는 지시는 언론사 관계 개선을 한계를 정해 놓는 것이다. 언론사의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홍보예산은 금액을 떠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인적 네트워크만으로 언론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버겁다. 언론사는 기자들의 출입처를 조정해 준다. 기자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게 하는 이유도 있지만 수 연간 동일한 업종을 취재하다 보면 출입처의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기사 발굴의 신선함과 독창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처가 조정되면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언론사와의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만 인적 네트워크는 연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 없이 홍보를 맡기는 기업들은 담당 임원이나 경영진들이 홍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다. 홍보는 부정적인 기사를 빼거나 수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영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기업의 사업과 이미지를 왜곡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대중들이 시선을 왜곡하는 것이 홍보의 본질이 아니다. 기업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기업이 가지고 있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살펴보도록 하는 것이 바로 홍보인의 일이다.


홍보인의 능력과 소속 회사의 홍보 능력은 다르다. 작은 회사에서 업무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갖은 홍보인의 능력이 대기업에서 풍부한 예산지원을 받으며 업무를 하는 홍보인의 능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 홍보인의 능력은 경험과 업무에 임하는 태도와 관련되어 있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울 방법은 홍보팀 인력을 아끼고 육성하는 것이다. 리처드 럼벨트는 저서 ‘센시오’에서 “조직은 경험을 통해 고유한 지식을 축적한다. 좋은 전략은 어렵게 쌓은 지식의 토대 위에서 수립된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마찬가지다. 홍보인의 경험하고 축적한 지식과 네트워크가 쌓여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지식으로 될 수 있다. 홍보인이 떠나면 그 개인이 축적한 경험과 네트워크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기업의 사업경력이 늘어가는 데 기업의 홍보 능력이 정체되어 있다면 최고경영자는 회사의 홍보인에 대한 처우를 돌아보고 홍보업무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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