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저 Sep 10. 2022

축제는 지금이야

뉴스레터 <막차> 7호 백업

이곳저곳에서 대학 축제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을 보니, 마치 코로나 이전의 초여름으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다.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축제에 몰래 끼어들어보는게 일말의 소망이었으나, 올해 우리 학교는 축제를 안한다고 한다. 학부시절엔 꽤 내로라하는 가수 라인업으로 축제를 열었던 학교였는데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대학 축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남의 학교 축제에 가본 적도 없고, 모교 축제조차 공연이나 부스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다. 축제에 참여했던 적은 딱 한 번, 빠질 수 없는 학과 주점의 주방(이라 불릴 수도 없는 열악한 위생환경이었지만)에서 이틀 간 일을 했을 때 뿐이다. 그때 나름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던 이저는, 주방에서 내내 요리만 했다(고 동기들이 회상하더라).


축제에 가지 못해서 아쉬웠던 적도 딱 한 번이다. "아니, 샤이니는 빨간 옷도 안 입었는데 어떻게 잠실 행사에서 바로 고대 입실렌티를 가냐고?!"* 2016년 5월 어느 날, 이저는 황당해하며 함께 잠실에 있던 친구와 술을 (퍼)마셨다. SNS에 가득한 수많은 각도의 <Everybody> 직캠을 보며... 잠실에서 고려대, 이게 삼십분만에 주파가 되네.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복작복작한 대학 축제를 싫어하던 나에게도 오래된 축제의 낭만이 있었으니, 바로 협찬 생맥주 부스가 있는 인디음악 페스티벌에 가보는 것이었다. 스무살 이전에 대학 가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꼽았던 자유였다. 뷰티풀민트라이프나 서울재즈페스티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같은 곳에 가서, 온갖 부스의 이벤트에 참여하고, 잔디마당에 피크닉 매트를 깔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를 안주 삼아 성에도 안차는 도수의 맥주를 부딪히며(가장 중요한 것) 초록내음의 분위기를 즐기는 일을 벌이고 싶었다. 실제로 페스티벌은 여유를 즐기기엔 꽤 정신없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서 이저가 페스티벌에 가본 적이 있었냐고? 성인이 된 이후에 한번도 없었다. 케이인디에서 케이팝으로 넘어간 나의 음악편력 탓도 있지만, 막상 페스티벌을 가려니 이런저런 고민이 되는 것이다. 언제는 시험기간이라 애매하고, 언제는 티켓값이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언제는 내가 원하는 아티스트가 겹치지 않아서...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진짜로 페스티벌을 누릴 기회를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잃어버렸다.


그때 후회하지 말고 대학 축제든 음악 페스티벌이든 다양하게 다녀볼 걸. 여유라는 것은 만들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당장 지금 선택하는 것이라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언젠가 가야할 곳'은 결국 못 가본 곳이 되어버린다고. 안타까움이 가득한 두 해를 보내며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가고 싶으면 지금이 기회다. 지금이 아니면 그 언제는 오지 않아. 술을 마시며 늘 서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어느새 축제 시즌의 끝자락이 되버린 오늘, 하루를 온전히 음악에 내맡기는 여름 페스티벌 소풍도 좋고, 북적이는 학교 무대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공연을 보다가 아무 학과의 주점에 들어가보는 것도 좋다. 좀 별로라고? 그렇다면 친구들을 불러 모아 우리만의 축제에 스스로를 던져보자.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가수들도 고려대 축제엔 빨간 옷, 연세대 축제에는 파란 옷을 입고가야한다는 정설이 있었다. 


2022.06.01



뉴스레터 <막차>는 술을 사랑하는(사랑했던!) 두 사람, 

버드와 이저가 매주 보내는 가벼운 음주사담 뉴스레터입니다. 

더 많은 에세이와 콘텐츠는 뉴스레터에서!


뉴스레터 <막차> 이메일 구독은 여기로✍�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77692

이전 06화 Heyyyyyy, what's your hobb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