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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31. 2019

-1. 출발 전 설렘

짐 싸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울 집도 둘러보았다


자, 이제 하루 남았다! 가져갈 물건들은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모았는데, 그렇게 모으다 보니 빠진 것들이 생각이 나서 계속 메모를 하고, 오늘 나가서 몇 가지 쇼핑을 더 했다.

다니다 보면 분명히 출출한데 마땅히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간식을 좀 준비하고자 했다. 둘 다 견과류를 좋아하니까 슈퍼 나가서 이것저것 종류별로 사 왔다. 그러고 나서 보니 이걸 종류대로 들고 다닐 것이 아니라다 섞은 다음 작은 봉지에 여러 개 나눠서 들고 다니는 것이 당연히 낫겠다 싶어서 결국은 한 통에 다 쏟아부어서 섞어주고 새로 포장했다. 

많이 걸으면 땀도 많이 흘릴 테니 소금도 좀 뿌려서 뒤적뒤적! 저장식품 생기니 든든하구나.


그밖에 껌도 사고, 다른 간식거리도 좀 같이 샀다. 카메라에 필요한 배터리와 이것저것 주워 담을 수 있는 보조가방도 하나 사고...

그러는 와중에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미리 고르고 골라서 인터넷으로 구입한 물병이 생각보다 너무 큰 거다. 내심 마음에 쏙 들지 않지만, 가볍다는 이유로 그냥 꾹 참고 가져가기로 했었다. 남편은 반대로, 크기보다는 병 입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었다. 뚜껑을 열고나면 두 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불편할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 슈퍼에서 견과류를 담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물병이 하나 눈에 띄었다. 전혀 뜬금없는 곳에 낚시처럼 걸려있었는데, 나와 남편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물건이 등장한 것이다. 사이즈는 500ml가 담기는 아담한 사이즈인데, 마시는 부분이 뚜껑처럼 열리는 스타일이어서 마시기도 편하고, 내가 싫어하는 빨대 타입이 아니어서 세척도 간편해 보였다. 


결국 득템! 뿌듯해라!


집에 와서는 본격적으로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세면용품도 챙겼다. 어차피 부치는 수하물로 가방 하나를 부칠 거여서 액체류 손에 보여주면서 타는 거 안 하려고, 그냥 다 편하게 한 군데 몰아넣었다.


이제 가방에 들어가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남편의 크지만, 그렇다고 캐리어만큼 크지는 않은 배낭. 나는 정말 택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곡차곡 정리해서 넣으니 거의 다 들어갔다! 오오! 놀라워라! 물론, 내 것도 이런 가방에 다 들어가게 쌀 수 있겠지만, 나는 배낭을 죽어도 못 매고 다니므로 패스.


남편과 달리 캐리어에 넣기로 한 나는, 기내용 가방에 담아서 그냥 수하물로 부치려고 했는데, 알뜰살뜰 넣다가 갑자기 짜증이 나면서, 어차피 이 가방 끌고 구경 다닐 거 아니고 숙소에 넣어두면 되는데, 그냥 큰 거 가져가지! 하는 마음으로 바뀌어서 급 가방을 24인치로 변경하였다. 


또 다른 장점이라면 큰 가방은 바퀴 4개짜리여서 덜 무겁게 느끼며 끌고 다닐 수도 있다. 그래서 남편한테도 인심 쓰면서 슬리퍼랑 욕실용품 다 내놓으라고 큰소리 떵떵 쳤다. ㅎ


그밖에 한 일은, 베란다에 있는 깻잎과 고추 화분을 이웃집에 갖다가 맡기고, 집안 여기저기 청소기 돌리고, 집 비우는 준비를 했다. 깻잎은 다녀오고 나면 아마 때가 지나서 얼마 못 먹겠다 싶으니 좀 아쉽긴 했지만, 몇 달간 잘 먹었으니 이제 보내줘야지!



빨래도 하고, 커피머신도 비워서 다 닦고, 한 달 동안 비워서 상할 만한 것들은 먹어치우거나 버리거나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리고 저녁도 집에 냉장고도 다 긁어서 마무리! 어제는 샐러드 해서 먹고, 오늘 낮에는 밥이랑 반찬들 남은 거 다 섞어서 하나로 볶아서 먹고, 저녁때에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야채 익히고 햄버거 패티 구워서 남편의 양식으로 마무리했다.



남편은 누나랑 통화 한 번 하고, 나는 딸내미랑 통화하고... 


내일 드디어 출발인데, 믿어지지 않네! 집을 자그마치 한 달이나 비우고, 정말 가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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