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변수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꼼꼼히 준비하기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나름 여러 가지 기록하고 잘 챙긴다고 했는데, 우리의 영역 밖에서 엉뚱한 사건이 터져서 계획이 순식간에 틀어져버렸다.
오후 3:45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연발 안내를 거듭하다가 7:30에 급출발하게 되었고, 우리는 어찌 될지 몰라 기차 시간 변경을 미루다가 갑자기 급하게 기차표를 바꿔야 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시간이 미리 딱 정해졌으면 그 긴 딜레이 시간 동안 변경 시도를 했을 텐데, 비싼 수수료를 반복해서 물지 않으려다 보니 시간이 촉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보딩을 한 후 비행기 안에서 폰으로 Paris-Le Havre 기차표를 교환해야 했는데, 온라인 앱으로 교환 시도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마음은 초조해지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도 추가 요금 카드결제를 할 수 없었다. 간신히 수수료 50%를 날리고 환불만 한 채 우리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들어가야 했다.
가서 표를 살 수도 있겠지만, 기차표 가격은 계속 오르고, 어쩌면 표가 매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러면 숙소 예약한 것을 날려야 하고, 다음날 아침의 렌터카 예약도 날아가고... 줄줄이 계획이 꼬이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나 약이 오르던지! 잠시 화가 나서 부르르 떨다가 다시 본래의 나로 돌아와서 계획을 세웠다.
파리 샤를르 드골 공항에 오후 2시 도착
공항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기차표 예매 재시도 : 18:50 표가 있었음 (2인 56 유로/1등 칸)
여전히 온라인 예매가 불가하다면, 역으로 직접 가서 구매할 것.
세관 통과하고 짐 찾아서 늦어도 3시에 출발 계획 : Roissy Bus로 Place de l'Opera까지 갈 것
가는 길에 글루텐프리 식당 들러서 간단한 식사
오늘 티켓을 과연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이 사건 때문에 시작부터 우리의 허니문을 망칠 수는 없었다. 비즈니스 석을 탔으므로 친절하게 제공되는 샴페인으로 남편과 건배했다 "해피 허니문!" 그리고 간식도 받아먹고..
속상했던 것은, 허겁지겁 출발하느라 딸과 여유 있는 톡도 못 나눴고, 브런치에는 성급하게 데이 0 올렸는데, 그 뒤 사건들 발생해서 급히 수정하고, 결국은 그것으로도 마무리가 못 되었다는 것이었다.
비행기 출발하고 나서 제공되는 식사도 챙겨먹고, 따라온 선물들을 유용하게 사용하면서 그냥 일단 즐겼다. 너무 고단하게 느껴져서 못 잘 거 같았는데, 어느 순간 잠 들어서 서너 시간은 자다 깨다 했다. 그리고 제공되는 아침식사까지 챙겨 먹고, 도착 전 마지막 미션인 심카드를 장착했다. 아, 이것만은 말썽 부리지 말고 잘 작동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