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프랑스 작은 브런치 집에 온 기분을 내고 싶다면...
나는 별로 맛집 탐방 스타일은 아니지만, 여행 중이라면 그래도 뭔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먹어보는 체험도 괜찮다 싶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뭔가를 구경하는 것보다는, 그 지역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재미나다. 그러다 보니 먹거리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여행 두 주 중에 첫 주는 뚜벅이 하고, 남편이 오는 둘째 주에 차량을 빌리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남편 도착시각에 맞춰서 차를 빌릴까 하였는데, 남편은 밤 11시에 도착하고, 그 시간에 딸과 대중교통으로 어딘가에 가는 것은 별로일 것 같았다.
따라서 오전 11시로 예약을 해두고, 일찌감치 픽업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무래도 오전에는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더 나을 테니까.
에머리빌에서 샌프란시스코 가는 버스가 그리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러나 막상 버스는 일찌감치 도착을 했다. 결국 시간이 남아버린 나는 막연히 바닷가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바닷가 도시니까 짬만 나면 즐겨야지.
공항 가는 전철을 탈 수 있는 엠바카데로(Embarcadero) 역에서 조금만 북동쪽으로 걸어가면 페리 건물이 나온다. 바닷가다. 내가 건너온 베이 브리지가 보였다.
이 페리 건물에는 식당들이 제법 있는데, 걷다 보니 프랑스어가 쓰여있는 작고 소박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크레이프 전문점이었다.
야외 좌석에 앉아서 크레이프를 먹는 사람들을 보니, 마치 프랑스의 어느 거리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안의 메뉴판도 불어로 쓰여있었다. 흠! 나도 먹고 싶은데... 그런데 시간을 보니 너무 애매했다. 주문한다고 순식간에 서빙이 될 것도 아니고, 렌터카 예약시간 지각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결국 침만 삼키다가 그저 뺑오쇼콜라(pain au chocolat), 즉, 초콜릿이 들은 크롸상만 하나 사서 먹으면서 자리를 떠야 했다. 그래도 바닷가에서 크롸상을 먹는 기분이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맛이 좋았다. 크롸상의 질감이 살아있었다.
급하게 자리를 뜨느라 몰랐는데, 이 집에서 파는 크레이프 중에서, 식사용으로 달지 않게 나오는 것은 메밀을 사용하여 글루텐 프리라고 한다. 알았으면 나중에 남편이랑 갔으련만!
결국 나는 이곳에서 크레이프는 못 먹어봤는데, 딸이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가 나중에 가서 먹고 사진을 보내왔다!
노르망디 지방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었던 크레이프, 못 먹어서 아쉽다. 조만간 집에서라도 해 먹어야겠다! 샌프란시스코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서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이곳에서 이 크레이프를 드셔보시길!
표지사진은 Grande Crêperie 웹사이트에서 가져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