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를 받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드는 생각은 싼 마사지 가격보다 과연 마사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더군다나 1시에 예약한 시간이 지났는데 우리 가족 4 식구를 위해서 3명의 마사지사 만이 도착해 있었다. 우려와는 달리 10여분이 지나서 마지막 마사지사님도 도착했다. 이분 역시 백발의 할머니로 다른 분들 보다 나이가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으시다.
모든 의심을 내려놓고 누워있는데, 익숙한 손놀림으로 발바닥부터 마사지를 해주기 시작하신다. 종아리를 풀어주는데 압은 약하지만 묘하게 혈자리를 제대로 짚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시원하다.
'이건 인생 마사지다.'
혈자리를 꼭꼭 눌러주며 풀어주는 할머니의 마사지에 점점 더 빠져들기 시작한다.
고개를 돌려 옆에서 다른 할머니께 마사지를 받는 남편을 확인해 보니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우려와 달리 태어나서 처음 마사지를 받는 아이들도 마사지를 즐기고 있다. 할머니들은 어린이들 마사지도 크게 괘념치 않고 익숙하게 하고 계셨다. 역시 이런 게 연륜이라는 것인가. 마사지 압이 세지는 않은데, 팔꿈치로 눌러주는 부분이나 몇몇 동작에서는 약간의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시원했다. 시원한 포인트를 짚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누워있던 자세에서 엎드린 자세로 마지막으로 앉은 자세로 바꿔가며 1시간여의 마사지가 그렇게 끝이 난다. 옆에 누워서 마사지를 받던 남편과는 눈빛이 통했다.
“내일 또 받는다고 해야겠지? 같은 시간”
“좋아 좋아.”
가성비와 상관없이 마사지를 받는 1시간 내내 행복했다. 도시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시간이었다. 멋진 인테리어와 음악 없이도, 할머니들이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목소리와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를 배경 삼아서 그동안 경직되어 있던 모든 것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 구글 평점이 납득이 되는 순간이다.
아쉽게도 한 시간이 금방 끝나고 아이들에게도 반응을 물어본다.
“마사지 어땠어?”
“너무 좋았어요.”
입구에 의자에 앉으니 따뜻한 차 한잔을 내어주신다. 구수한 차를 삼키며 조금만 남아있던 모든 근심과 걱정을 저편으로 넘긴다. 할머니들은 차 마시는 옆에서 모여계셨는데, 남편이 현금으로 마사지비를 지불하자, 대장 할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다른 할머니들에게 현금을 얼마씩 건넨다.
사장할머니께 조심스레 나이를 여쭤보니 무려 74세이다. 역시 마사지에서 우러러 나오는 경험치가 나이를 입증한다. 1시간의 노동의 결과는 돈으로 환산하면 크지 않았지만, 할머니들은 그냥 집에서 쉬기보다는 자기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 열심히 몸으로 일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지불한 현금도 다국적 기업이나 대규모 자본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할머니들의 쌈짓돈으로 직접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마사지를 받고 나서도 기분도 개운했다.
마사지를 받고 나와서 숙소에 걸어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저 할머니들 나이에는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기술을 가질 수 있을까.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안마 의자라 할지라도, 저 할머니들의 연륜과 기술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태국에서 받은 1시간의 5,700원의 마사지는 그 가격의 수십 배의 해당하는 효용과 깨달음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