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한테는 아니었다. 마사지를 받기보다는 스스로 몸을 써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괜히 서투른 마사지사에게서 마사지를 받았다가는 안 받은 것만 못한 몸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치앙마이에서 마사지가 꼭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치앙마이 여행의 첫 이틀간 묵은 리조트는 시내가 아니라 치앙마이 인근 항동이라는 지역에 있었다. 원래는 올드시티 같은 치앙마이 원도심 지역에서 여행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여행이 임박해서 묵을 곳을 찾으니, 적당한 가격대의 좋은 숙소가 없었다. 지불할만한 가격에 좋은 리조트를 찾다 보니 외곽에 있는 항동까지 온 것이다.
리조트에 대한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니, 단지 리조트 주변에 그 흔한 편의점하나 없는 것이 문제였다. 오후 비행기를 타고 늦은 저녁시간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에 산속에 있는 리조트에 도착했다. 짐을 대충 푸른 이후에, 두려운 마음을 이끌고 리조트를 밖으로 나가보니 리조트 바로 앞에는 현지인들이 오며 가며 애용하는 꽤 규모가 큰 동네 슈퍼가 있었다. 여행객들에게 필수인 과자, 간식, 맥주를 팔고 있었고, 간단한 국수 도시락도 있어서 출출한 여행객들에게 훌륭한 야식이 돼주었다.
리조트 앞 동네를 경험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이 동네에 좀 더 알고 싶어서, 구글 지도에 찾아보니 도보 10분 거리에 마사지샵도 있었다. 구글 평점 5점 만점에 4.7점에 빛나는 곳으로, 이런 리뷰가 남겨져 있었다.
"영어를 못해서 의사소통이 어렵습니다만 마사지 실력은 태국 관광지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대부분의 마사지사가 실력이 좋습니다."
항동에 있는 마사지 가게는 리뷰와 평점을 통해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아이들을 키즈클럽에 맡기고, 리조트 문을 나서서 마사지 가게로 향했다. 깜깜해서 무서웠던 어젯밤 풍경과 다르게 오전의 거리는 평화롭고 한산했다. 다만 보행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쌩쌩 달리는 트럭과 차를 피해서 아슬아슬하게 걸어가야 했다는 사실을 제외해야 했지만. 3분쯤 걷다 보니 길가에 마시지 집에 대한 광고가 붙어있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10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 눈앞에 항동 마사지 샵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Hello”
“Excuse me”
큰 소리로 문의를 해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겁 없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왼쪽의 방에서 연세가 꽤 많아보이시는 할머니 한분이 나오신다.
“We want massage.”
대충 눈빛을 보니 지금은 마사지를 하는 중이고, 한시쯤 오라고 하신다. 내친김에 아이들도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는데 영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태국 할머니에게 두 딸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아이들도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흔쾌히 가능하다고 한다.
“1 o’clock. 4 People.”
구글맵을 다시 열어서 근처에 가볼만한 커피숍을 찾았다. 역시 이번에도 구글 평점이 높았던 곳을 갔더니 성공이다. 시간이 되서, 키즈클럽에 있던 아이들을 찾아서 다시 마사지 가게로 향했다. 마사지 가게를 들어가려는데 눈앞에서 외국인 아저씨 한분이 먼저 들어가시고 가게 안쪽에 자리를 잡는다.
‘아직 한시가 안 돼서 그런가? 왜 우리한테는 안내를 안 하지?’
‘여기는 한국이 아니지. 빨리빨리가 아니라 사바이 사바이. 태국이지’
1시간 조금 넘은 시간 외국인 아저씨가 나간 자리에 우리를 안내한다. 플라스틱통이 네 개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히더니 청귤을 담은 통에 발을 담그라고 한다. 근데 발을 씻겨주시는 분들이 나이대가 희끝한 머리에 할머니들이다. 대충 봐도 우리 부모님 나이대에 가깝다. 풋귤로 발을 닦아주시더니 수건으로 정성껏 물기를 제거해 주신다. 족욕 마친 물을 들고 가시는데 무릎이 아프신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신다.
‘부축이라도 해드려야 할까? 이 분이 설마 마사지를 하시는 건 아니겠지?
게다가 마사지를 받아야 할 사람은 네 명인데, 와있는 마사지사는 두 명 밖에 되지 않는다. 과연 제대로 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을까?
한 시간에 마사지를 받는데 내야 할 비용은 150밧, 한국돈으로 단돈 5,700원이라는 금액으로 마사지를 받는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아했다. 구글 리뷰는 아는 지인들이 올린 건 아닌지 순간적으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안내에 따라 왼쪽 방 안으로 들어갔더니 바닥에는 5개의 매트가 깔려있고, 두 개의 높은 침대가 있었다. 어른들에게는 높은 침대에 눕도록 안내하고, 아이들에게는 바닥의 매트에 눕게 했다. 옆 자리에는 먼저 들어간 외국 아저씨와 그녀의 태국 부인이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