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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코끼리 돌보기

트레킹보다는 케어

by 봄인

패키지여행으로 태국 파타야를 방문했을 때 코끼리 트레킹을 했다. 자의로 한 것은 아니고 패키지 일정 중에 하나였는데, 커다란 코끼리 등에 올라타는 경험은 조금은 특별했지만 코끼리에 대한 미안함 마음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옅게 남아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코끼리 트레킹에 동원되는 코끼리들이 어려서부터 부모와 떨어져 모진 훈련 끝에 사람들에게 길들여지고 억지로 트레킹을 하게 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무지함에 자행했던 코끼리 트레킹 체험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제는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되어 태국에서는 예전만큼 코끼리트레킹이 더 이상 성행하지 않는다. 코끼리트레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태국의 많은 코끼리가 살고 있는 치앙마이에서 더 이상 코끼리를 만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코끼리 보호소'라고 불리는 장소에서 코끼리를 위한 허브 음식을 만들고, 함께 산책을 하고, 목욕을 시키는 체험이 인기 있고, 클룩, 마이리얼트립 같은 여행 플랫폼을 통해서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수의사가 꿈인 4학년 둘째가 치앙마이여행에서 꼭 하고 싶었던 체험도 역시 '코끼리 에코파크 투어'였다. 8시 반에 출발해서 4시 반에 끝나는 원데이 투어를 예약하고 이른 아침 숙소에서 픽업차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치앙마이 도심에 있는 숙소에서 코끼리 에코파크까지의 이동시간은 약 1시간이었는데, 대부분 투어 상품에는 픽업과 드롭까지 포함하는 차량 이동을 제공한다. 당연히 투어차량은 승합차나 미니버스가 아닐까 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다.


전화를 받고 만난 기사님이 안내한 차량은 썽태우로, 픽업트럭 뒷자리를 의자로 변경한 태국 고유의 교통수단이었다.

뒷문이 뻥 뚫린 트럭으로 다른 차량에서 내뿜는 배기가스, 미세먼지와 온갖 유해물질, 차량소음과 햇빛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8인이 탈 수 있는 썽태우에 원래 합류하기로 했던 다른 4 인팀이 투어 당일 취소하는 바람에 조금은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도 왕복 2시간여를 온갖 공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험은 꽤 불쾌했다.

어렵게 오늘의 체험장소인 코처 코끼리 에코 파크에 도착했다. 체험 사진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치앙마이 지역 원주민들의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썽태우를 타고 이동한 장소에서 오늘의 체험이 시작되었다. 약 6시간가량의 원데이 투어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1. 코끼리 허브 약 만들기와 코끼리 언어 배우기

2. 코끼리 먹이 주기 체험

3. 코끼리와 산책

4. 코끼리 목욕 시키기

점심식사

5. 대나무 프팅

6. 폭포 체험


1. 코끼리 허브약 만들기와 코끼리 언어 배우기


30여 명의 관광객들은 중국어 그룹과 영어 그룹으로 나뉘어서 오두막 체험장에 앉았다. 가이드경력만 20여 년이 넘는다는 태국 현지 가이드 '록키'는 독학으로 영어를 배웠다고 하는데, 나름의 영어로 태국 코끼리 관광의 과거와 현재 실태를 설명해 줬다.


대략적인 설명은 한때 코끼리 트레킹이 성행했지만, 코끼리가 힘들어해서 치앙마이지역에서 많은 코끼리 캠프에서는 더 이상 코끼리 트레킹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끼리의 수명은 80~90살로, 코끼리트레킹 등으로 혹사당한 코끼리들은 45살도 살지 못하고 죽는다. 하루에 80kg가량의 음식을 먹고, 2년간 임신을 하는데 최대 10마리까지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코끼리는 4시간만 자는데, 그 외 시간은 먹는 데 사용한다.


코끼리언어는 크게 6가지를 배우는데 실제 코끼리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코끼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허브약을 만드는 체험을 시작했다. 재료로는 바나나, 현미쌀, 소금, 허브등이 들어가는데 허브약보다는 코끼리가 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영양 간식의 느낌이 강했다. 절구에 모든 내용물을 넣고 찧고 나서, 한 덩이리씩 손에 덜어서 예쁜 구 모양으로 만들었다. 허브약의 냄새는 향긋한 바나나 내음으로 먹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 코끼리 먹이 주기 체험


두 번째는 만든 허브약과 함께 준비된 먹이를 주는 시간이다. 바구니에는 바나나와 사탕수수가 있어서 하나씩 갖고 기다리던 코끼리에게로 향했다.


실제 코끼리를 보면 크기에 압도돼서 가까이 가기보다는 피하기 바쁘다. 코끼리 코밑에 있는 입안에 허브약을 넣어줄 수 있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중국 관광객들은 생각보다 적극적이어서 코끼리먹이를 주고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 바쁘다.


용기를 내서 아까 배운 코끼리 언어를 외쳐본다.

" 본본 BON BON(MOUTH)"

코끼리가 코로 먹던 음식을 먹던 행동을 멈추고 입을 열어 간식을 받아먹는다.


"디디 Dee dee(Good)"

코끼리가 코로 안아준다.


사실 코끼리언어를 쓰고 충분히 교감을 할 여유가 있기보다는 허겁지겁 먹이를 주고, 조련사들의 도움으로 코끼리 코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마치는 것으로 두 번째 활동이 끝났다. 그래도 동물원에서 멀리서 보던 코끼리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가까이 볼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특별한 경험은 있기 어렵다.

3. 코끼리와 산책


허둥지둥 먹이 주기 체험을 마치고 이제는 근처로 산책을 간다. 산책이라고 하지만 들판에 가서 코끼리가 자유로이 풀을 뜯어먹는 시간이다.


코끼리와 함께하는 산책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흙먼지가 풀풀 나고 해는 뜨거운데 혹시 코끼리뒤에 있다가 깔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그 와중에 열심히 코끼리와 셀카를 찍는 중국인 관광객에서 계속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4. 코끼리 목욕시키기

코끼리와의 마지막 체험은 목욕시키기다. 몇몇 코끼리들은 물에 들어가기 싫어서 안 들어가려고 사육사손에 이끌려 발걸음을 억지로 옮긴다. 그래도 목욕을 좋아하는 코끼리는 물에 뒹굴고 진흙 투성이가 되는데, 사육사들은 코끼리 코에 물을 담아 관광객들에게 내뿜는 활동으로 코끼리와의 활동이 막을 내린다.





코끼리 에코파크 투어는 사실 기대했던 것만큼 코끼리와의 교감을 갖는 체험은 결코 아니었다. 물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코끼리를 억지로 물로 몰아넣거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 세워두는 것을 보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코끼리등에 타고 다니던 코끼리 트레킹에서 코끼리와 함께 흙먼지 마시며 걷는 산책이라니 사람과 동물이 동등한 입장이 되어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금 같은 에코파크 투어가 없다면 코끼리들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고 적정한 개체수 유지도 힘들 테니 이 정도의 체험 관광으로 코끼리도 살 보금자리를 보호받고, 치앙마이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면 그래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 어떤 누구에게라도 야생의 코끼리를 만나고 약을 만들고 산책하고 목욕시키는 경험은 특별할 테니 말이다.


이어지는 체험은 점심식사로 이어졌다.

볶음밥과 쏨땀 샐러드는 기대보다 맛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식후에 어떤 과일도 제공되지 않는 점은 퍽 아쉬웠지만.


점심식사 후 이어지는 체험은 대나무 래프팅과 폭포 방문이다. 솔직히 코끼리 돌보기 체험보다 대나무 래프팅이 이번 관광의 하이라이트였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연상시키는 강에서 대나무로만 이루어진 배를 타는데 앞에서 태국인 사공이 배를 끌어주기 때문에 강물에 발을 담근 채 치앙마이의 산과 나무, 자연을 그냥 맘 놓고 즐기면 된다.


대나무보트 위에서 치앙마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인근 코끼리 농장에서 나온 엄마, 아기 코끼리가 자유롭게 목욕을 즐기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코끼리 농장이 많은 이 지역에는 코끼리와 함께하는 리조트도 있다고 하니, 자연을 좋아하는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태국은 코끼리를 학대하고 쥐어짜던 기존의 관광 방식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 모두 행복한 방식은 지속가능하며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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