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치앙마이가 처음부터 카페 천국이었던 것은 아니다.1940년대 중국에서 아편을 재배하던 소수민족들이 중국의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아지자, 태국 북부의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자리를 잡았고, 이 지역은 아시아의 주마약지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치앙마이, 치앙라이는 란나왕국의 수도가 있었던 도시였던 만큼 태국 왕실에서도 선호하는 휴양지였고, 왕족 중 한 명이 노년을 이 지역에서 머물면서 마약 제배지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한다. 특히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은 '로열프로젝트'라는 비영리재단을 세우고, 북부 고산지대의 마약 제배지를 커피, 넛츠, 꿀, 코코넛 산지로 바꾸고 유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이제 태국 북부지역은 스페셜티 커피산지로 유명하다. 이처럼 로열 프로젝트는 크게 성공했고 이로 인해 태국 국민들도 전 국왕을 좋아하고지지한다.
로열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치앙마이를 여행한다면 반드시 2월은 피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숲을 태우는 연기로 인해 생기는 심각한 미세먼지 때문이다. 치앙마이 고산족들은 숲을 태워서 그곳에서 농사를 짓는 화전의 방식으로 생활해 왔다. 로열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엄격하게 화전을 금지하면서 이러한 상황도 개선되고 자연스럽게 숲지역도 보호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성공적인 로열프로젝트는 이제, 인근 국가인 미얀아에서도 로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할 정도가 되었다.
스페셜티 커피산지이자 카페천국인 치앙마이에서는 꼭 가봐야 할 카페만 해도 열손가락을 쉽게 넘어간다.
그중에서 흥미로운 곳은 아카아마 커피이다. 치앙마이에서 꼭 가봐야 할 카페 3순위 안에 드는 곳으로, 2010년 치앙마이 산티탐지역의 뒷골목에서 시작했다.
창업자 아유는 태국에서 태어난 1세대 아카족이다. 그의 부모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문화혁명을 피해서 미얀마로 갔고, 미얀마 내전으로 인해서 다시 태국 북부의 산골에 자리를 잡았다. 이 지역에는 소수의 아카족이 살고 있었지만 태국 시민으로 태어나지 못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아유조차 15살까지 시민권 없이 살았다.
그는 이 마을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청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대학에 진학했으니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대도시에서 일할줄 알았지만, 아유는 대학 졸업 후에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첫 직장이었던 난민과 이주민을 돕는 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자신의 부모님과 가난한 마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과거 한국의 농촌 지역에서 부모님들도 공부를 잘 한 자식이 있으면, 도시로 보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부분이 연상된다.
아유는 커피가 자라기 좋은 생산지이자 자신이 자란 고산지역 매잔따이 마을 사람들이 평생 커피농사를 짓지만 커피 한잔 마시지 못하고, 중매인에게 값싼 가격에 커피를 파는 데에 문제점을 발견했다.본인이 직접 카페를 창업하고 최고의 가격에 마을의 커피를 매수했고, 화학 비료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법으로 전환해 커피 품질도 개선했다.이제 아카족이 생산한 커피 원두로 만든 아카아마 커피는 치앙마이 최고의 카페로 사랑받는다.
치앙마이 이름난 카페뿐만 아니라 관광지의평범한 카페를 가도 인근 지역에서 제배한 커피원두를 사용한다고 자신 있게 소개한다.
커피와 함께 제공된 원두 안내문에는 이 원두가 2022년 스페셜티 원두 우승 농장에서 제배된 것이고, 여성 농부가 제배하고, 태국의 농장을 서포트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라테아트 챔피언이 직접 만들어주는 한잔에 한국돈 만원이 넘는 라테아트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치앙마이 시골의 카페를 들어가도 소담하지만 친절한 카페 아가씨가 내어준 커피 한잔의 맛도 일품이다. 치앙마이 어디를 가나 태국 커피가 여행객을 실망시키는 법은 없다.
치앙마이 카페가 직접 태국 북부에서 제배한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 뛰어난 커피맛을 제공해서 지금의 커피의 도시가 된 것은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자체도 '제3의 공간'을 구현한다. 집이나 직장이 아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제3의 공간이 되기 위해 나무, 자연, 오픈된 공간, 테라스를 카페에 담는다.
2천 원이 시골 동네 카페에서부터 만원이 넘는 라테아트 장인의 카페를 경험해 본 치앙마이 카페 체험의 결론은 카페 문화가 자유롭고 여유로운 치앙마이의 문화와 자연스레 어울린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로열 프로젝트를 통해서 안정적으로 커피 원두를 공급받고,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기는 커피 문화가 확산되고 이제 라테아트 챔피언,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개성이 넘치는 카페가 치앙마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꼽는 치앙마이 최고의 카페는 치앙마이 인근 지역 시골마을에 있는 홀스카페이다. 오픈된 공간은 정원이 되기도 하고, 주차공간이자 드라이브쓰루 공간으로 쓰였다. 나무가 있는 길가 정원이 있는 오픈된 공간에서 여유롭게 햇살을 맞으며 마셨던 커피 한잔이 그립다. 커피를 마시며 출근길에 커피 한잔씩을 사가는 태국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태국 시골마을의 제3의 공간의 역할을 하는 정감 넘치는 카페를 치앙마이의 최고의 카페로 꼽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