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달리는 독서열차, 다독모임 10년차
올해로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어느덧 13년째이다. 처음 모임을 하던 무렵에는 이런 말을 종종 들었다. “책은 혼자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같이 책을 읽나요” 그럴 때마다 대답이 막혔다. 왜냐하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괜히 마음 한쪽이 울컥하곤 했다. 그럴 때면 집으로 돌아와 ‘나는 왜 독서모임을 시작했을까’ 되짚어보곤 했다.
처음 모임을 열었을 때, 내 마음은 꽤 절박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여전히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루하루 아이들을 챙기고, 해야 할 일을 겨우 마치며 살았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을 찾고 싶었다. 그때 떠올린 건 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그렇게 첫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
모임을 이어가다 보니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만은 아니었다. 각자 사는 모양은 달라도 모두가 자기만의 무게를 지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책과 함께 나누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함께 읽는다는 건 결국 함께 견디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혼자 읽으면 안 돼요?”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같이 읽으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넓어져요.”
그때는 이 대답에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확신이 있다. 책은 혼자 읽을 때보다 함께 읽을 때 훨씬 재미있다. (진짜이다! 아직 독서모임을 안 해보신 분이라면 꼭 한 번 참여해보시라고 추천해본다) 혼자 읽으면 내 관점에 갇히지만, 함께 읽으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책을 다시 보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의 근육이 자란다.
그렇게 2년쯤 지나자 흔들리던 마음이 점점 단단해졌다. 이제는 진짜 독서에 집중하고 싶었다. 자기계발서만 읽던 시절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책들을 읽고 싶었다. 그 무렵 한 팟캐스트에서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를 소개하는 방송을 들었다. “열 권을 동시에 읽으라고?” 처음엔 웃음이 나왔지만, 곧 ‘이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으면 생각이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새로운 모임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다독모임’이다.
다독모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한 달 동안 세 권 이상, 서로 다른 분야의 책을 읽고 후기를 써온다. 모임에서는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각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한다. 처음엔 후기를 쓰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처음 문집을 만들었을 때 모두들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며 만든 두 개의 문집을 보면 뿌듯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모아둔 후기들을 읽어보니 그 기록들이 하나의 성장일기가 되어 있었다.
지금 다독모임은 10주년을 맞았다.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함께 읽으며 편독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서로의 추천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 다독모임의 묘미는 ‘따로 읽으면서도 함께 읽는다’는 데 있다. 좋았던 책은 릴레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이어진다. 한 사람의 책이 또 다른 사람의 삶을 건드리고, 그 대화가 새로운 독서를 낳는다. 어느새 나도,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도 조금씩 자라 있었다.
이제는 누군가가 “독서모임을 왜 해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책 때문에 모였지만, 결국 사람 때문에 계속하게 되었어요.”
책이 우리를 만나게 하고, 대화가 우리를 묶어주었다. 다독모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이제는 서로의 삶을 조금씩 바꿔놓는 따뜻한 연결의 장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