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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도움되었던 책들

『코스모스』, 『애도일기』,『당신이 옳다』

by 책읽는 리나

아이를 키우면서 도움을 받은 책들이 참 많다. 육아서나 심리서만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우주과학이나 문학책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독서의 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을 주는 데 있다. 지금 내가 처한 문제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책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건드린다. 사람은 결국 자기 이야기에 제일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읽는 모든 문장이 내 상황과 연결되어 들리고, 그래서 책이 나를 위로하고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육아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나에게 ‘내려놓기’를 가르쳐준 책이다. 아이와의 갈등 대부분은 ‘기대’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코스모스』를 읽다 보면, 인간이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 안에서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그러면 희한하게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이가 기대에서 멀어질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주문한다. “우주에서 보면 이건 먼지 한 톨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면 내 마음의 소용돌이가 서서히 멀어진다. 지금의 상황을 한 걸음 떨어져 보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또 한 권,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나에게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는 법’을 알려준 책이다. 이 책은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메모를 모아 펴낸 책인데, 바르트는 평생 어머니에게 한 번도 꾸중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럴 수도 있다니.” 물론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옳다거나 좋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화를 줄이는 노력’은 언제나 유효하다. 그래서 나는 듣기 싫은 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아이가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칫할 때면, 그 구절이 떠오른다. “야단을 치지 않아도 된다. 대신 들어주면 된다.”


당연하게도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심리학 책들이었다.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를 읽으며 ‘충조평판하지 말자’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 네 가지 단어를 버려야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잊지 않으려 책갈피에 적어 두었다. 아이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마음속에서 작은 신호등이 켜진다. ‘지금 충조평판 중단!’ 그 순간 입을 다물고 귀를 연다. 그러면 대화가 기적처럼 이어진다.


나는 여전히 간섭보다 신뢰를, 훈육보다 대화를 믿는다. 누군가로부터 간섭받는 걸 싫어하는 나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간섭보다는 존중을, 지시보다는 기다림을 선택한다.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연습은 결국 나 자신을 단련시키는 일이다. 어쩌면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단련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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