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읽은 인생책, 잭 런던의 『마틴 에덴』
대학 시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깊이 남은 책은 잭 런던의 『마틴 에덴』이다. 나는 예전부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서사를 좋아했다. 인터넷에서 독서 성향을 분석하는 이벤트를 본 적이 있는데, 다섯 권의 책을 넣었더니 결과는 “고난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였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언제나 버티고 견디는 사람들, 스스로의 힘으로 경계를 넘어서는 인물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잭 런던의 『마틴 에덴』은 그런 내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는 지금도 그 책을 소장하고 있다. 1991년 한울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으로, 10월에 구입한 내 책에는 ‘3쇄’ 표시가 있다. 절판된 지 오래였지만 2020년 영화 개봉 이후 다시 주목받았고, 2022년에는 녹색광선에서 재출간되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고전이라는 뜻이다.
잭 런던은 노동자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의 삶이 반영된 『마틴 에덴』은 한 개인이 오직 의지 하나로 어떻게 세계의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전율이 아직도 기억난다. 인간이 가진 에너지와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독한가를 동시에 느꼈다.
이야기의 주인공 마틴 에덴은 교육을 받지 못한 선박 노동자이다. 우연히 상류층 청년 루스와 그의 오빠를 구해주면서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그는 루스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어울릴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마틴은 잠을 줄이고, 끼니를 잊은 채 글을 쓴다. 그러나 투고하는 모든 원고는 반송된다. 수백 통의 거절을 받는 과정이 얼마나 치열하게 그려져 있는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대목에서 마음이 뜨거워질 것이다.
결국 마틴은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단숨에 유명 작가가 된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오래가지 않는다. 과거에는 외면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식사 자리에 초대하고, 잡지사와 출판사는 예전에 거절했던 원고의 판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돈과 명예 앞에 태도를 바꾸는 세상, 진정성이 사라진 관계 속에서 마틴은 서서히 환멸을 느낀다. 그가 꿈꾸던 세계는 실상 부패한 허영의 세계였다.
『마틴 에덴』은 단순히 성공의 서사가 아니다. 인간의 의지가 어디까지 자신을 끌고 갈 수 있는가를 묻는 이야기이자, 성공 이후에 마주하는 공허함까지 담은 잔혹한 성장기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나를 계속 책으로 이끈다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