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가 알던 내가 아니야
요즘 TV 채널만 돌리면 대한민국을 트로트의 열풍으로 몰아넣은 TV조선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의 출연진들이 모습을 여기저기서 드러낸다. 어느 날 미스터 트롯에서 최종 2위에 올랐던 트로트 가수 영탁이 ‘뽕숭아 학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사에게 고민 상담을 받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영탁은 평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쾌하고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하지만 고민 상담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영탁은 애초에 “크게 고민거리가 있지는 않아요. 생각을 해보니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너무 바빠진 스케줄 때문에 받은 연락에 대한 회신이 더뎌져요. 그래서 평소처럼 정성을 다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 후 영탁은 스스로에게 많이 놀란 듯 보였고, 연신 탄식을 내뱉었다.
상담사는 상담을 통해 평소 영탁은 속을 드러내지 못하고 감추고 말을 하는 편이라 본인이 정작 솔직하게 말해도 상대방은 영탁의 속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 영탁은 어려서부터 친구들로부터 “너는 왜 네 얘기를 하지 않니?”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에 상담사는 남에게 약점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방어가 자아 밑에 숨겨져 본인조차도 스스로 고민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영탁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좋지 않은 모습을 제쳐둘 때가 있어요. 어차피 해결될 것이 아니기에.”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함께 출연한 트로트 가수 장민호가 “영탁이는 ‘에잇, 다 잘 될 거야. 좋아 좋아.’라고 하지만 나는 가끔 그럴 때 걱정이 될 때가 있었어.”라고 말했다.
또 상담사는 영탁이 지인들의 연락에 회신이 늦어 고민인 것이 영탁의 성향과 연결이 된다고 했다. 영탁 자신도 너무 힘들고 피곤한데 주변에는 영탁에게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었던 것이다. 그동안은 마냥 밝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며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속여 왔다. 이에 상담사는 영탁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가 인지를 해야 거기서부터 고민이 해결이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회복이 된다고 말했다.
상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탁이 그동안 감추고 싶었던 무의식 속에 잠자고 있던 약점은 어린 시절 경험한 가정에서의 결핍과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영탁은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은 느낌을 잠재의식 속에 갖고 있어 더욱 독립적인 성격이 됐을 수도 있고, 더 밝은 척 살아왔을 수 있는 것이다.
상담이 끝난 후 영탁은 “제가 알고 있는 제가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영탁의 상담 사례가 비단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도 사실은 내가 겪고 있는 인생의 고민이나 불편함, 고통 등이 사실은 저 깊은 무의식 속의 그 어떤 무언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스스로가 의식하고 있는 즉, 볼 수 있고 쉽게 느낄 수 있는 눈앞의 현상들에서 이유를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나 고민 등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또한 해결했다 할지라도 비슷한 일련의 사건을 반복해서 겪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과거의 나와 만나서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야 말로 그동안 내 인생을 막아왔던 어떤 존재를 밀어내는 일이 된다.
영탁에게 상담사가 말한 것처럼 사실은 우리도 나 자신을 제대로 인지하고 깨달아야 나의 문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 무의식 뒤에 숨어서 나를 조종하고 나를 가로막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되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