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알아야 할 교육학
글을 연재한지도 벌써 3개월이 넘어가네요. 강의하듯 꼬박꼬박 매주 월요일 오전에 글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ㅎㅎ 글보다는 말이 더 쉽죠. 말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니, 흔적(?)을 남지 않죠. 하지만 글이란 게 흔적이 남으니, 어렵고 두렵고 그런 거죠. 오늘은 이번 '학부모가 알아야 할 교육학' 마지막 강의입니다. 물론 다음 주에 '기말고사'가 있긴 하지만요. 말 그대로 기말고사이니, 장황한 이야기 없이 시험지만 올릴까 합니다. ㅋ
오늘 함께 이야기할 내용은 말 그대로 '글쓰기'입니다. 어떠세요? 글 좀 쓰시나요? 몇 학기 전 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과학 논술' 강의를 했었습니다.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강의안을 짜기 위해 여러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체계적으로 쓴 논술책이 별로 없더군요. 인상 깊게 본 책은 글쓰기의 요약서 내지는 소개서와 같았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입니다. 물론 오래전에 읽었지만, 강의를 위해 한번 더 읽은 거죠. 거기에 유시민이 쓴 '논술 특강'도 읽어버렸습니다. 음 제 소견으로는 굳이 '논술 특강'까지는 읽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그러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매우 매력적인 책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요약서예요.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거기에 아이들에게도 꼭 권해 주세요. 그럼, 유시민이 아닌 상강의 글쓰기 특강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아는 것만 가지고 글을 쓴다면 얼마나 길게 쓸 수 있을까요? 교육학을 연재하고 있는 저도 제 머리에 있는 것만으로는 긴 글을 쓰는 게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늘 여러 가지 정보를 곁에 두고 글을 쓰죠. 작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고 요약하는 것을 먼저 합니다. 그래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죠. 좋은 글이라면 글의 구조가 탄탄한, 즉 논리적이며 설득력이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이죠. 전남 보성에 가면 조정래의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조정래 작가의 취재수첩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정말 '이 정도이니, 그 정도의 작품이 나왔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글을 통해 글쓰기의 모든 것을 담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입니다. 하지만 핵심만 추려서 담아보겠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시길 바랄 뿐입니다. 흠, 글쓰기의 가닥을 잡을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랄 뿐이죠. ㅎㅎㅎ 일명 '글쓰기 가닥 잡기'
글쓰기는 일반적인 글쓰기보다는 논술이 주입니다. 즉 글쓰기가 곧 논술이라는 것이죠. 자기의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이죠. 왜 글쓰기(논술)를 하는 걸까요? 그 필요성과 목적을 먼저 알아봐야겠죠. 서울대에서 밝힌 논술 시험 실시 의도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이 교과 지식의 단순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과 독서와 토론을 통한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글을 쓰면 짧은 순간에 같은 생각을 수없이 반복하게 되고, 그것을 정리하게 됩니다. 즉 사고력이 좋아지는 것이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같은 생각을 수없이 돌려보고, 타자를 치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생각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죠. 그럼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요?
먼저 글쓰기(논술)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략을 짤 때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출제자(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써라.
´단문으로 호흡을 빨리하라.
´개요를 짜라(시간 및 분량 포함).
´두괄식을 선호하라(주장-구체적인 예시-주장 확인/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분량은 10% 적게
´중언부언하지 않도록
´아는 것을 위주로 명확하게
어떻습니까? 당연한 이야기만 하고 있죠? 당연하지만 지키지 않은 것이기도 하죠. 특히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핵심이 없이 겉돌기만 하고 미사여구만 쓰는 것이죠. 글은 쉬운 글이 좋은 글입니다. 말 그대로 짧게, 명확하게 쓴 것이죠. 장황하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헛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서론이 길면 지루하고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기대만 하다가 지쳐버립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 즉 주장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그런 후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늘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듣는 사람의 사고를 말하는 사람의 생각 속에 가둬둘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점점 명확해지는 것이죠. 하얀 도화지에 그림이 점점 가득 차게 되는 것이죠.
만약 글쓰기가 시험이라면, 즉 논술시험이라면 출제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씁니다. 어떨까요? 당연히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듭니다.
두 번째, 결론부터 쓰는 겁니다. 무슨 말일까요? 앞서 이야기한 두괄식을 선호하라는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합니다. 영미식 에세이 쓰기에서는 '다이아몬드 글쓰기'라는 것을 제시하며 학생들의 글쓰기를 훈련시킵니다.
서론에서는 먼저 잠정적인 결론을 서술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목차 정도만 이야기한 후 서론을 마감하는 겁니다. 본론에서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들을 서술하고 결론에서는 다시 서술한 이유들을 목차 정도 언급하면서 상기시킨 후 결론 문장으로 마무리짓는 겁니다. 아주 단순한 구조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일정한 생각(글쓴이 주장)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글을 쓰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시켜야 합니다. 반복적인 경험 후에 아이들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남는 것이 미덕입니다. 논술문은 대체로 800자~1200자 정도를 요구하는데 200자 원고지 4~6장의 분량입니다. 보통 '1,000자 이내'라는 조건이 주어졌다면 980자 이상은 쓰는 것이 좋습니다. 자수가 초과되면 이를 엄격하게 보아 감점의 원인이 되므로 절대로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또 '~라고 생각된다, ~라고 느껴진다' '~것 같아요' 식의 표현은 금물입니다. 정확성이 없다는 인상을 줍니다. 단문으로 진술하되, 문장이 길어질 때는 두 문장으로 나누어 접속어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그러므로’와 같은 접속어를 사용하여 주장을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단을 짜는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문단을 잘 나눠서 작성해야 합니다. 한 문단에서는 하나의 주제만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죠. 문단을 나누어 이야기의 구조를 독자가 잘 파악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5개의 문단이면 '5가지의 소주제, 즉 5가지의 구체적인 예시를 사용하겠구나.' 하고 시각적으로 생각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죠.
´한 문단에서는 하나의 의미(주제)만을 다룬다.
- 만일 한 가지 이상의 중심 생각을 나타내야 한다면 별도의 문단으로
´처음 3줄(행)에서 논술의 성패가 좌우된다.
- 격언, 속담으로 시작하기
- 최근의 사건을 언급하기
- 일화로 시작하기
- 반대 의견으로 시작하기
- 질문으로 시작하기
´독자의 행동을 유발하는 말로 끝맺기
어떠셨어요? 가닥이 잡히시나요? 적지 않은 책을 읽고 제 나름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ㅎㅎㅎ 부디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뭐니 뭐니 해도 글쓰기는 많이 써보는 것이 답입니다. 또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남의 글을 많이 읽어봐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아주 중요한 핵심이죠. 도움이 되셨길 빕니다.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 주 기말고사에서 뵙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