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털어내기

by 새로나무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과 긴장 속에서 담소를 나누며 막걸리 한잔했다. 기쁜 일이 생긴 후배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어려운 건강문제를 견디고 극복해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얘기해주었다. 자연스럽게 질병을 앓게 된 원인으로 스트레스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우리가 대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는데 될 수 있으면 느긋하게 마음을 먹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켈리 맥고니걸의 메시지를 오랜만에 들여다보았다.


<스트레스의 힘>의 저자 켈리 맥고니걸은 스트레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나가야 할지를 명확하게 근거자료를 가지고 제시해주었다. 2017년 우연히 접하게 된 그녀의 TED 강연은 완전히 몰입하게 해 주었다. 지금의 내가 스트레스에 대해 접근하는 태도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에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그녀의 메시지를 주변 지인들에게 알려주었다. 다양한 임상사례를 기반으로 한 그녀의 연구는 스트레스를 둘러싼 복잡한 기제들을 차분하게 분석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맥고니걸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두 가지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Cortisol은 당분과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능과 함께 신체 및 뇌 에너지 활용능력을 향상하는 반면, 소화나 성장 등의 생리기능을 억제하고 높아지면 만성 피로, 만성 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DHEA는 두뇌발달을 돕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 경험을 통해 뇌가 더욱 건강하게 발달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특히 Cortisol의 영향을 상쇄(상처 회복 속도를 높이고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높은 수치의 DHEA는 불안감, 우울증, 심장질환, 신경퇴화를 비롯해서 우리가 흔히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질병들의 발생비율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맥고니걸의 메시지는 내 삶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그 영향은 아주 서서히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일들에 적용되고 차츰 좀 더 덩어리가 큰 일로 확장되어갔다. 매번 스트레스가 올 때마다 메모해둔 내용을 살펴보며 몸과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즉, 스트레스를 무작정 피하거나 일방적으로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오히려 나에게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려고 애썼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쉽게 무너지고,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던 내가 담담하게 상황을 살펴보고 그 상황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려는 자세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운동은 스트레스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매일매일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는 게 일상이다. 그날의 스트레스를 그날 풀지 않으면 누적되어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준다.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의 찌꺼기들이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엄청난 매력을 나는 운 좋게도 금방 깨닫게 되었다. 계단 오르기를 하면 할수록 더더욱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느낌은 점점 더 선명하게 내 마음속에 와 닿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동네 주민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들도 시도해보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런데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푸념과 함께 대단하다는 덕담을 자주 듣는다. 왜 그분들은 지속적으로 하지 못할까 생각해보았다. 이것을 그저 하나의 운동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당연히 처음에는 힘든 것 외에는 어떠한 장점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체중의 변화에 대해 얘기하시는데, 다이어트를 하려면 적게 먹어야 한다. 그러면 운동을 왜햐나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셔서 몸의 밸런스를 잡으려고 한다고 말씀드린다. 사실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마음에 관한 것은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도 계단 오르기에 익숙하게 된 데는 시간이 걸렸다. 사실은 아내가 이전부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7층인 집까지 올라오면서 내게 권했다. 그런데 그때는 귀담아듣지 않고 스피닝 자전거 운동에만 집중했었다. 그러다가 직접 계단 오르기를 하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곧바로 실행해보았다. 물론 아내는 내가 실행하고 2개월 뒤에 합류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같이 계단을 오르면서 혼자 운동할 때의 지루한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하기 싫을 때도 서로 격려를 해주며 문을 나서다 보니 횟수도 늘었다.


운동 중 많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가끔씩 대화를 주고받는데 그 대화의 중심에는 우리를 늘 긴장시키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운동효과에 관한 것들이다. 계단 오르기가 스트레스 털어내기에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본다.

(14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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