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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Jan 21. 2024

낯선 공간에서의 근력운동

대전은 자주 찾았던 곳 중 하나다. 

아들이 지역의 헬스장을 두루 돌아다닌다고 했을 때 쉽게 와닿지 않았는데, 

막상 내가 다른 곳의 헬스장을 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니 새롭다. 

전화로 확인해 보니 일일권 2만 원이라고 한다. 

가격은 살짝 비싼 느낌이다. 

1만 원이면 좋겠는데, 왜냐하면 월 5-6만 원 하는 헬스장이 많은 것을 비교해 보면 2만 원은 비싸다. 

그렇지만, 지금 운동해서 내 몸에 근육이 쌓이는 경험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 

그렇게 생각하면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다. 

내 몸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아주 간단하다. 

굳이 골프 비용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운동복과 수건, 샤워시설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딱이다. 제일 먼저, 바벨 스쾃 40킬로, 랫풀다운 40킬로를 번갈아 시행한다. 두 세트 후 바벨 스쾃에 10킬로를 더 얹어놓았다. 바벨의 색깔과 무게추의 색깔이 다르다. 제조사에 따라 조금씩 디자인이 다른데 다른 기구를 사용한다는 새로움이 근육 속에 새겨진다. 귀가 울릴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 살짝 신경이 쓰인다. 넓은 공간을 채우고도 남는 음악보다는 조금 조용한 음악이 깔리는 곳을 상상해 본다. 날씨에 따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으로 디자인하는 피트니스 센터를 상상한다. 헤드셋을 쓰면 땀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퀼트짐 쉬는 날을 제대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레그 익스텐션 65킬로를 하는데, 기구 특성이 달라 그런지 세 번째 세트부터 정말 힘들다. 헐…. 이 정도는 거뜬했는데, 대신 허벅지에 걸리는 부하와 자극이 깊숙이 전달된다. 기구마다 다른 특성을 겪는 재미가 있다는 최코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다른 것을 경험하는 것,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은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기억을 형성하고 그 기억을 인출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근육기억에도 역시 도움이 된다. 늘 하던 것을 떠나 새로운 기억을 경험하는 것이 근육기억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심화시킬 거라고 생각한다. 네 세트를 수행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얼른 방향을 바꿔 덤벨로 향한다. 양손에 16킬로 덤벨이 묵직하다. 승모근을 올리고 내리는 동작은 어깨와 등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알기 전에는 늘 한약방에 가서 침을 맞아도 그 결리거나 아픈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몸을 직접 상용하여 근육을 키우면서 결림과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 

운동도 하고 통증도 날리고….

<No Pain No Gain>이 선명하다. 왼쪽 어깨통증은 상체 밀기 운동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가장 큰 원인은 내가 동작을 시행하는 근육만이 아니라, 몸의 다른 곳 특히 어깨에 지나치게 많이 힘을 줘서 생긴 증상이다. 지금은 운동할 때 거울을 보면 어깨가 이전보다 많이 내려가고 목과 어깨 간의 간극도 넓어 보인다. 확실히 자세가 좋아졌다. 통증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오직 부하로 생기는 통증만 느끼려고 노력한다. 


4킬로 덤벨로 나비 날갯짓을 한다. 두 번째 세트부터는 처음 5킬로로 상향조정했다. 살짝 올렸지만, 부하가 제대로 걸린다. 스미스머신에서의 바벨스쾃는 60킬로 정도도 감당이 된다.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햄스트링에 자극이 제대로 들어온다. 50킬로 로우 로우는 팔과 어깨의 근육을 살펴볼 기회를 준다. 팔은 이전보다 좀 더 단단해지고 어깨의 볼륨은 커졌다. 근육운동을 하면서도 통증이나 부작용을 느끼지 않으니 감사하다. 허리와 무릎 걱정으로 망설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양쪽에 60킬로씩 총 140킬로를 걸고 스쾃 프레스를 진행한다. 아무래도 여덟 번째 종목이라 숨도 차고, 힘들다. 겨우 겨우 마친다. 햇살이 뺨에 흐르는 땀을 스치고 지나간다. 운동을 겨우 마치고 나도 상쾌함은 기분 좋은 맛이다. 폼 롤러로 어깨와 등을 밀어낸다. 퀼트짐에서 사용하는 롤러에 비해 자극이 크지 않다. 


샤워를 하며 나를 본다. 

화사의 <I Love My Body> 노래가 스치고 지나간다. 

자기혐오로 뒤덮였던 이십 대의 아픈 기억은 사라지고, 

내 몸과 나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50대의 얼굴을 보고 있다. 

근육은 내 몸 생태계를 조절하고, 

몸의 밸런스를 잡아주며,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걸음걸이가 가볍고 단단하다. 

야물게 여물어가는 내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몸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그 자체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매일매일 견적을 새롭게 낸다. 

모든 과정들이 생생하고 생동감이 있으며, 활기가 넘친다. 

특히 가슴과 어깨와 팔과 대퇴사두근 등 눈에 보이는 곳의 변화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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