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재미가 있다.
운동에 관심도 없고 꾸준히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내가 어쩌다 헬스장 3개월을 끊었을 때 그게
어떻게 헬스장 기부로 연결되는지 너무나 잘 안다. 잠깐 스피닝이 재미있었다 자전거를 타며 춤을
춘다는 게 너무 좋아 눈치 없이(헬스장이라는 곳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구조가 있었다) 앞줄에서 선생님을 따라 했다. 그것도 며칠 가지 못했다. 너무 힘들고 빠른 음악에 신은 나지만 지루했다.
그나마 나와 조금 잘 맞아 흥미를 느꼈던 요가나 필라테스도 얼마 가지 못했다. 그러다 달린 거리를 측정해주는 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달리는 건 어렵더라도 걷는 거라도 일단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빨리 걷기부터 5킬로씩 걷다가, 조금 더 걸어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주 짧게 뛰기도 했다. 물론 숨이 끊길 거 같아 금세 멈추고 다시 걷고, 그러기를 반복해 가며 걷기의 거리를 늘려 나갔다. 1.5킬로 뛰고 3킬로 걷고, 2킬로 뛰고 1킬로 걷고 이렇게 언제 늘었는지 모르게 내 호흡도 뛰는데 적응하고, 조금 더 먼 거리를 뛸 수 있게 되었다. 거리는 그렇게 늘어 10킬로가량 되었고 주말엔 걷기를 더 늘려 13킬로까지
걷다가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어져 손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 주머니에 넣고 나간 교통카드로
버스를 타고 돌아와 쓰러져 버리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즐겁게 꾸준히 했던 운동이 있을까.
추위, 더위, 바쁨, 고양이 육아 등으로 엄살을 피우느라 요즘 못하고 있지만 빨리 나가 날씨가 바뀌는 걸 눈으로 보고 걷고 싶다. 오래 쉬어 바로 뛰기는 힘들겠지.
어떤 사람은 수영을 하며 자유를 느낀다고 하는데 나에겐 수영장에서 귀가 물에 잠기는
순간부터의 소리와 멍함이 힘들고 지루하고 답답하게 했다. 뒷사람 오는 속도도 신경 써 가며 해야
하고 소독약 냄새도 불편했다.
밖을 걷거나 뛰는 건 공기의 냄새도 매일 날랐고 매일 다른 풀, 사람, 개 등을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관찰을 하며 운동을 하니 지루하지 않았다. 나한테 맞는 운동인 것이다. 혼자 하고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내 속도로 걷다 뛰다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한참을 쳐다봐도 되고 사진을 찍어도 됐다.
뛰기 싫은 날은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며 걸었다.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줘도 스스로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하게 되지 않는다는 걸. 나에게 조금이라도 맞는 것,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재미를 느끼는 방식을 찾는 것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