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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고 아름다운 Mar 11. 2019

차린 건 없지만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려서요"

"제가 원래  그림 못 그리는데..."라고 자신의 그림을 남에게 보여주기 전 꺼내는 겸손한 말을 종종 듣는다.

부족한 나를 이해해 달라는 뜻일까? 나를 구해달라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일까

아마도 보통은 잘그리지 못하는 자신을 보여주기 부끄러워서 일 것이다.

겸손함이 부족한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에겐 겸손이 아닌 자학이라는 다른 downside가 있다.(이건 다음에 이야기해야겠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라는 말하고,  막상 상위엔 이것저것 본인의 최선을 준비하는 친구의 식사초대가 생각난다. 한국인이라면 의례 지켜야 할 미덕처럼 그냥 별 뜻 없는 형식적인 도입부 일지도 모른다.

 음식의 양이나, 모양, 맛이 어떤지 그걸 평가하기보다 그 사람의 요리를 어떤 식으로 만들었고 어떤 맛이 나는지 그 사람의 스타일을 궁금해하는 게 먼저이다. 음식평가는 나의 맛집 리스트에서 하기로 하자.

세상엔 평가받을 일이 많고 많은데 나를 위해서 그리는 그림까지 평가를 해야 할까?

그러나 우리는 자라면서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접하고, 좋은 그림 잘 그린 그림이란 무엇인가를 어느 정도 학습해왔기 때문에, 내가 20년간 그림을 그리지 않았음에도 20년 동안이나 그림을 그린 사람들의 마스터 피스가 내 기준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과 비교해 자신의 그림을 낮춘다. 전시장에 걸린 멋진 그림 뒤에는 작가의 생각과 끝없이 고민한 과정의 시간이 보이지 않는다.

높아진 기대치에 나를 낮추지 말고, 기준을 낮추고 내 그라운드에서 그냥 재미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해보자. 그냥 그리자,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물론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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