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하고 아름다운 Sep 02. 2019

어려서부터 그림을

어려서부터 그리기를 좋아하고 잘 그리는 이들을 보며 그래 난 원래 그림을 못 그렸으니까..

이렇게 미리 생각하고 기죽거나 마음을 접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나는 집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진 적도 없었고, 학교의 미술수업은 나에겐 그저 옆 수업중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도 문제가 없는 약간 자유로운  수업 시간일 뿐이었다.

한 번도 선생님에게 칭찬을 듣는다던가,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는 기쁨? 을 누려본 적이 없었다.  미술을 막연히 동경하지만 제출해야 하는 날의 스트레스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다른 친구들은 잘 그리건 못 그리건 쓱쓱 그려나갔다. 빨리 끝내는 아이들은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더욱 나는 왜 시작도 못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는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맘에 들지 않는 완성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결과물을 내놓곤 했다.


그러나 하이틴 잡지를 즐겨 보던 나의 허영심이었을까?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 디자인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멋지게 느껴졌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특별활동  CA (지금까지 뜻을 모르고 있었는데 찾아봐도 정확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Club Activity 가 아닐까 막연히 추측해 본다) 시간 미술반을 선택했다. 그래 봤자 한 달에 한번 토요일 하루를 쓰는 것이었지만 그 토요일 하루를 그림을 그리는 멋진 내 모습을 상상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술반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전혀 없었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관심도 없는 바둑반이나 향토 순례반에 들어가도 아무 상관없었을지 모르지만 그땐 왠지 굽힐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첫째 날 중년의 단발머리 남자 선생님은 입시 준비학원에 다니는 사람 손을 들라고 했다. 나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기에 멀뚱히 있었고 , 손 안 든 사람은 다 나가라고 했다. 그렇게 특별활동반에 들어가지도 못해보고 쫒겨났던것이다. 갑자기 다른 반을 신청할 수도 없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밖으로 나와 이미 수업은 시작되어 조용해진 복도에서 어떤 교실로도 돌아갈 수 없어 토요일을 학교 계단과 운동장 어귀를 어슬렁거리며 보냈다. 입시가 있었기에 고등학생은 막연한 관심만으로는 그림 그리는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미술에 그저 호기심만 있었지 구체적인 어떤 행동도 취해야 하는지 몰랐고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멀고 막연하지만 그 관심은 끊이지 않았고, 성인이 되어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찾아볼 수 있는 정보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스스로 뭔가를 찾아 해 볼 수 있었다. 타 과의 수업을 듣는다던가 누드크로키 수업 등을 찾아다녔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창의적인 인간이 될까를 고민하며 사진도 찍고, 뭔지 모르지만 멋있어 보이는 외국책들을 찾아 도서관, 서점을 헤맸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무턱대고 마구 시도했다. 


타고난 어떤 성질이 제일 중요하다고 믿고 해보지 않을 필요는 없다.

성인이 되기 전의 경험을 가지고 사람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거기까지로 제한한다. 

관심과 열정은 때로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한계를 넘어 서게 도와주기도  한다.


이전 05화 누가 내 작업을 좋아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