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을 잘 쓰는 기획자

첫인상부터 기획하라

by 기획자 에딧쓴

초대장을 받은 소비자들이 당신의 경험을 찾아왔다면, 그들을 맞이해야 할 순서다. 충분히 반겨주고 환영해줄 준비가 되었는가? 이번 글은 경험디자인의 초장(初場), 경험의 첫머리에 대해 다룬다.


기획자와 참여자의 시작점은 다르다


경험의 시작은 프로그램 시작부터가 아니다. 그것은 기획자 입장에서의 시각이다. 참여자 입장에서 경험의 시작은 당신의 상품을 소비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다. 당신이 놀이공원을 기획하고 있다면, 공원의 입구부터 기획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참여자의 경험은 놀이공원 입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공원 주차장에 진입하는 진입로, 공원까지 오는 도로, 공원을 가기 위해 짐을 챙기는 거실. 기획자가 고려하는 초장의 시점이 빠를수록 질적으로 나은 경험이 된다. 기획자의 기획이 공원 입구에서부터 멀리 닿을수록 참여자는 더 충분히 환영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험의 첫머리를 공원 입구로 설정했다면, 줄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티켓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입구의 비주얼 연출은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계획하게 된다. 즉, 기획자의 손길은 공원 입구부터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주차장 진입로와 주차장부터를 시작점으로 설정한다면 진입로의 환영 현수막, 오브제, 도로의 마감재, 방지턱의 간격 등에도 기획자의 손길이 닿을 수 있다. 참여자는 진입로부터 놀이공원에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참여자의 관점으로 들어가 보자. 경험의 첫머리가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기획자의 손길은 홍보 카피, 집을 나서는 참여자의 짐가방까지 닿을 수 있다.




기억은 두괄식이다.


첫인상은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다. 첫인상의 힘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 소설 <마션>의 첫 문장 -


소설, 영화, 유튜브, 후킹이 필요한 모든 콘텐츠는 앞부분 10%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심지어 논설문도 가장 중요한 명제를 가장 처음에(두괄식으로) 제시한다. 첫인상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뒷부분을 마저 볼 것인지 결정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인간은 가장 처음 것을 가장 쉽게 기억한다. 이후의 것들은 첫 요소의 간섭을 받기 때문이다. 애국가 2절에 대한 기억은 1절의 영향을 받는다. 3절은 2절과 3절의 간섭을 받는다. 4절까지 갈수록 모든 가사를 완벽히 떠올리는 것이 까다로워진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초두효과(初頭效果)라고 한다.


특별히 꽂히는 닉네임이 없다면 처음 소개한 사람이 가장 불리하다. (에블바리 홍삼!)


첫인상은 정서를 유발한다. 이것은 무의식적인 과정이다. 소개팅의 결과는 3초면 결정된다.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소개팅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쉽지 않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첫인상의 영향을 상쇄시키려면 꽤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심지어 첫인상으로 인해 유발된 정서는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련 글: 윈도우를 사야 하는 자, 맥북을 사야 하는 자)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을 기획하는 기획자라면 공간 연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컨셉과 메시지에 맞는 키비주얼, 키비주얼을 토대로 한 배너, 소품 등 다양한 브랜딩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험 디자인의 관점에서는 다른 한 가지 차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공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다.


서비스, 이벤트, 공간 운영 등의 오프라인 경험 상품에서 HX를 고려하면 연출 이외의 영역이 존재한다. 공간까지 도달하는 과정(시간, 접근방법 등), 공간 자체가 가지는 의미 등의 영역이다. 한 가지 예시로 격리감을 들 수 있다. 예전의 백화점은 바깥 공간과의 격리감을 위해 창문과 시계를 매장에 두지 않았다. 이는 시간 감각을 무디게 만들어 더 오랜 시간을 쇼핑에 머물도록 유도했다. 클럽은 어두운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으로 다른 일반적인 공간과 격리감을 유도한다. 같은 인구 밀집도일 경우 밝은 공간보다 어두운 공간이 덜 불편하게 느껴진다. 여행을 가면 평소에는 하지 않을 시도에 망설임이 옅어지는 경우가 있다.

(참고할만한 글: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백화점, 오징어게임을 섬에서 진행해야 했던 이유)





참여자 경험의 시작은 운영계획안보다 한 시점 앞에 있다. 훌륭한 숙성회를 파는 것과 훌륭한 숙성회 식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다르다. 당신이 숙성회를 파는 도매상이라면 초장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당신이 다이닝 경험 기획자라면, 멋진 숙성회와 함께 초장과 와사비(*고추냉이)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릇과 식기의 감촉까지 고려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서야, 본격적인 경험이 시작된다.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책으로 나오게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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