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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을 통한 색감을 전달하고자 설정했던 "필름의 정리"에 너무나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좋았다고 답장을 해주셔서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렇게 익명성이 가득한 공간을 통해서 나의 "무언가 (The things that express my colors or a kind of tone)"를 누군가에게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게 맞는 방향일까? 내가 생각한 세상과의 공감, 그 연결이 적절한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런 고민에 가까운 의문이었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이렇게 남겨주신 답장은 솔직히 말하면 너무나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나의 포물선이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알맞게 닿았구나. 라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글과 사진을 통해 나의 실감이 연결됐다. 익명성을 가진 누군가와. 그리고 세상으로."
물론 거창하게 "세상"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수치적으로 그 숫자는 굉장히 적습니다. 하지만 그 소중함은 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불과 한 달 전에는 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없었던 숫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0에서 3으로 늘어나는 그 자체는 꽤 즐거운 일입니다. 어찌 됐든 無 (없음)에서 시작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 필름의 공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들어 가고 싶어서, 오랫동안 서랍 안에 담아두었던 저의 첫 필름을 꺼냈습니다. 어깨가 나갈 것 같은 묵직함을 지닌 Ricoh 필름카메라를 한 손에 쥐고 떠난 "체코 프라하 (Czech PRAHA)" 여행입니다. 빛의 양도 셔터의 속도도 그리고 피사체와의 거리도 몰랐던 자유분방함으로 찍은 사진이 지금 봐도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열어보니 그때의 색감도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프라하 ; Praha] Ricoh + Kodak color plus 35mm negative film
[a. 프라하의 느낌을 말하자면, 건물의 벽면에서 느껴지는 시간이랄까? 그런 생각입니다. 유럽이라는 곳이 거의 비슷하겠지만 이런 건물에서 느껴지는 색감의 변화는 시간으로 밖에는 설명이 안될 것 같습니다.]
[b. 가장 대표적인 명소인 프라하성, 까를교를 통해 걸어가면서 보는 그 모습도 물론 좋지만 조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고즈넉함은 꽤나 운치가 있었습니다. 석양과 함께 비치는 빛의 반사는 강물도 느낌 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c. 까를교에서 걸어가면서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가 있는데 하나같이 그날의 날씨와 색감 그리고 분위기가 참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기분 탓이겠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다시 보니 좋았던 것은 확실합니다.]
[d. 아무래도 유럽 하면 이런 건축물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특히 가장 끝에 디자인된 조형물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뭐랄까, 이게 있어야 완성이 되었다. 라는 그런 마무리의 느낌입니다.]
[e. 특히, 이런 골드 색상의 조형물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그런지 건물의 색과는 다르게 유독 더 Gold 하게 빛나고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맑은 날씨의 파란 하늘과도 참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f. 체코의 구시가지를 떠나, 며칠 뒤에 갔던 "체스키크롬로프"인데 교외 지역에 있지만 프라하 여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런 명소입니다. 이렇게 길거리 모두가 아름답지만,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g. 위에서 바라본 "체스키크롬로프"의 풍경으로 붉은빛의 지붕과 벽돌, 그 사이사이에 있는 초록색의 숲 그리고 파란 하늘의 색감은 그 조합이 뭔가 체코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뭔가 매력적이었습니다.]
[h. 기억이 맞다면, 프라하에서 나와 "드레스덴"으로 떠나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으로 생각이 되는데 세상 어디서나 뭔가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남겨지는 것 같습니다. 기차역 그리고 공항은 그런 감정을 담아내기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i. 중세 유럽의 모습이 그대로 남겨진 듯한 모습에 새삼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가는 그 길목 사이사이에는 분명 커다란 변화 혹은 격변이 있었을 텐데 이런 공간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으로 산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찍은 사진들에는 눈에 보이는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담으려고 했던 기억이 너무나 선명합니다. 과연 이 필름에는 이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그럼 호기심이 아마 제일 컸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디지털과는 다르게 아날로그는 그 결과물을 확인하는 데 그 시간이 (혹은 기다림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껏 셔터를 눌렀습니다. 어차피 그 결과는 나중에 알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런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꽤나 큰 실감을 얻었습니다. 최신의 기술로 1억을 바라보는 화소와 카메라가 가지는 테크니컬 한 완성도를 넘어서는 그런 "무언가"입니다. 지금도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아마 이것은 내가 생각한 유럽의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서도 비슷하게 보인다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라는 사진에서도 그날의 느낌은 오롯이 담겨있었습니다.
[j. 건물의 외벽이 다채로운 체코 프라하의 그 색감은 아마도 내가 담으려고 했던 필름 속에는 하나의 입자로써 그리고 빛의 노출이라는 수단으로 오롯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렌즈를 바라보는 눈에,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에 그리고 그날의 느낌에 더욱더 마음을 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피사체에 애정이 가득하게 담기도록.
#필름의정리 #Fim35mm체코프라하의색감을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