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이유 ; 담아내는 빛과 넌지시 가닿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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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수

[a. 빛 (Light)은 참 신기합니다. 에너지의 발산 그리고 무한에 가까운 속도라는 점도 물론 압도적이지만, 그보다는 물체를 통과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대상의 일부를 그대로 지나치는 X선 혹은 다른 파동과는 다르게 조금은 정직하다고 할까요? 그런 정직함에 아무래도 정이 갑니다.]


두 번째 카테고리였던 [공간의 정리]를 어떻게 만들어가면 좋을까? 고민했을 때, 소설가가 그 끝을 미리 정해두고 내용을 구성하는 것처럼 저도 그 마지막에는 '무엇'을 쓸지 나름 명확하게 정해놨던 것 같습니다.


속으로만 생각한 하나의 상상이었지만, 그 과정을 떠올리니 내심 기대도 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천천히 달려온 그 마지막에 ‘가장 적고 싶었던 것’을 쓸 수 있다는 그런 기대감이었습니다.


"공간의 이유 그리고 담아내는 빛"


조금은 추상적인 표현에 이 내용을 어떻게 풀어내려 갈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하고싶은 말은 엄청나게 많지만 막상 끄집어내어 글이라는 수단으로 쓰려고 하니 구체적인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한계 혹은 제가 써 내려갈 수 있는 호흡의 경계선을 본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물론, 너무나도 당연한 과정에 '위기'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저 저의 생각이 잔잔한 물결처럼 글을 읽는 분들에게 적절하게 흘러 가기만을 바랄 뿐 입니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저에게는 그게 가장 우선이니까요. (개인적으로 테크니컬 한 표현력은 지금의 저에게는 '우선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b. 제가 자주 사용하는 (아니, 이제 보니까 매번 사용했네요.) 사진의 힘을 빌려 이 글의 분위기 그리고 그 이미지에 조금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여러 장을 골랐습니다. '한 여름의 쨍한 빛'을 주제로 고른 사진에, 글을 떠나 그날의 색감이 느껴지기를 또한 바랍니다.]


과학적인 이야기지만, ‘빛은 물체를 통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체의 뒤에는 빛의 부재로 인한 그림자가 생기고 물체에 부딪힌 빛은 사방으로 산란을 하여 퍼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물체를 하나의 물리적인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고 또한 주변의 공간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경험적으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요.)


그런 점에서 '' 정직합니다. 일부를 그대로 통과하는 다른 파동 혹은 입자들과는 달리, 적어도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정직함이 느껴집니다.


누가 보면 "뭘 또 그리 길게 풀어 써놨나요?"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빛의 정직함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욱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c. 벽돌의 색, 노출 콘크리트의 색 그리고 창문에 비친 색 또한 모두 빛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렇게 공간이 주는 색감의 차이 혹은 그 느낌은 빛과 그 결을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소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피크닉 Piknic이라는 곳인데 전시관이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써 구경 가기 너무 좋은 곳입니다.)]

[d. 한 여름의 쨍함은 이렇듯 색감의 대비를 선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파란색, 초록색 그리고 커튼의 노란색. 그 선명함이 온전해질 때, 우리는 빛을 느낍니다. "오늘 날씨가 맑구나?" 아니면 "오늘은 뭔가 날씨가 좋네?"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하루의 느낌이지만 가끔은 날씨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 자체로.]


가끔, 한적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 날씨가 너무 좋으면 괜스레 ‘부푼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기도 하고 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럴 때면 그 순간만큼은 적어도 제 편이 된 것만 같습니다. 단지, 날씨가 좋았을 뿐인데.


물론, 그날의 감정 혹은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저 그 공간을 담아내는 빛, 딱 그만큼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 왜 이렇게 이 사진에 눈길이 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보고 있자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사방으로 빛이 퍼지는 밖의 모습’과 상대적으로 ‘빛의 부재가 발생하는 안의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그런 다름 속에서 생각을 합니다. "역시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그 마음이 사진에 담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듯이, 그만큼의 차이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우리는 보편적인 관성을 지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자신감과 왠지 모를 고양감은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또는 몇 분 정도의 효과를 가졌다가 사라지는 그런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실감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쨍한 날씨를 바라보며 돌아본 그 마음에는 이 순간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떠 올린 기억에도, 사진을 통해 남겨둔 곳곳에도 그 느낌은 온전하게 살아있습니다.

[f. 무엇보다 사진을 찍을 때, 빛이 충분하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인공적인 빛보다는 자연광에서 그 색감이 훨씬 더 잘 담기기 때문인데, 이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사진을 찍어도 빛이 주는 평온함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그러한 느낌이 온전하게 담긴 기억에는 넌지시 시선이 가닿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가가는 시선에는 아무래도 기분 좋은 마음이 함께합니다.

[g. 지난 어느 날, 기아자동차의 전시관인 Beat 360에 놀러 가던 순간 찍은 사진입니다. 건물의 외벽과 하늘의 색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대조가 되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셔터를 눌렀습니다. 얼마나 날씨가 좋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사진에는 온전히 담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이유' 기억을 담아내는 것에 있다면 '담아내는 ' 기억에 왠지 모를 느낌 혹은 마음을 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떠올릴 , 그곳에 '넌지시 시선이 가닿는'다면 자연스럽게 기억에는 행복이 남아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와 깊이는 천차만별이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걸어가는 명의 사람으로서 이렇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빛의 정직함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조금은 풍부해지듯이, 곳곳에 혹은 어딘가에 남겨진 빛의 흔적들이 의미 있는 기억으로써 남아있기를 그리고 기억들의 연결이삶을 풍부하게만들기를.

[i. 구름의 모양이 독수리와 같아서 찍은 사진인데, 이제 와서 이렇게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다시 한번 이런 쨍한 맑음을 보기를 바라게 됩니다.]


#공간의정리 #공간의이유담아내는빛과넌지시가닿는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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