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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로형의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데,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세로형의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가진 iPhone 7 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은 iPhone XS를 통해 나온 이미지에 '그날의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괜히 사진에 한 번 더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아직도 어색한 세로형의 사진이지만 위로 열린 공간을 가득하게 담아내는 구도에 이 글을 보는 분들도 상대적인 시원함을 느끼시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일곱 번째 '공간의 정리'를 써 내려갑니다.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 ; PARK ROCHE Reosrt and Wellness]
[a. 작가의 책상과 서랍을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에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목재와 은은한 조명 그리고 탁 트인 시야가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위기에는 아무래도 아담한 공백이 존재하니까요. 이런 점에 있어서,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는 꽤 느낌이 좋습니다.]
[b. 어느 분께서 디자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목재의 창살과 석재의 조합은 너무 안정적입니다. 그리고 그 석재 안에 또 다른 형태의 재료인, 조약돌을 넣어둠으로써 단순히 세워두는 벽면처럼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이런 감각 (Sense)은 정말 타고난 선물인 것 같습니다.]
'아담한 공백'
책에서 이 표현을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그 의미 혹은 느낌이 잘 와 닿지가 않았습니다. "공백은 공백인데 그게 아담하다고?"라는 의문이 계속 맴돌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함축적인 표현에 공대생의 감각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X, Y, Z의 함수처럼 딱 떨어지는 것이 가장 좋았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좋아하는 공간들을 천천히 실감하면서 나름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그게 작가가 의도한 의미에 부합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이 느낌은 아무래도 '휴식'과 그 궤적을 같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c. 이런 공간이 주변에 존재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가장 듣고 싶은 음악을 담아 한없이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랄까? 던킨 도넛의 광고처럼 "한 손엔 커피, 한 손엔 도넛"만 있으면 That's it! 인 것 같은 그런 든든한 마음입니다.]
[d. 너무나 주관적일 수 있어서 "아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로요."를 남발을 할 것 같아 때로는 이렇게 간략하게 느낌만 담아서 사진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역시나, 강원도 '정선'이 주는 느낌과 그 안에 있는 '파크로쉬'는 참 좋았다고 밖에 표현이 안 될 것 같습니다.]
[e. 큰 의미가 없는 사진에도 괜히 그 시선이 가는 것을 보면 한 번 마음에 든 공간에는 무엇을 담아도 좋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역시나 철저히 주관적인 취향에 조금은 양해를 구합니다. 어디까지나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진들이 보시는 분들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지만요.]
[f. 언젠가 저만의 가정이 생기고, 그 가정을 담을 수 있는 공간 (쉽게 말하면 집 입니다. 괜히 어렵게..적었네요.)이 생긴다면 이렇게 잔 혹은 컵을 두고 싶습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리는 그런 하루가 저에게 있어서 나름의 '낭만'입니다.]
[g. 강원도 정선하면 울창한 숲이 떠오르듯, 파크로쉬에서도 조금만 그 시야를 달리하면 이렇게 자연이 보입니다. 물론 실내에도 자연에 가까운 소재로 그 느낌을 충분히 주려고 하지만 그대로의 자연이 주는 감각은 조금은 다른 차원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h. 실내에도 자연의 느낌을 주는 파크로쉬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으로, 이렇게 모닥불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철 (Steel)로 된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리석과 조약돌로 마감을 해서 불의 색감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멍 때리기 최적입니다.]
[i. 불꽃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가만히 보고 있자면 한없이 빠져들어가는 그런 흡입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인간이 스스로 생성해내지 못하는 자연의 산물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사물을 태워 에너지를 발산하는 소멸의 과정이어서 그런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참 신기합니다.]
[j. 체크인 시간은 너무 느리고 체크아웃 시간은 항상 어김없이 빠르다는 또 하나의 진리를 깨달으며 떠나는 발걸음은 항상 아쉽기만 합니다. 반대로 해줬으면 너무나 좋겠지만요.]
'공백'은 '무엇과 무엇의 사이 (Gap)'를 의미하고 그 사이의 '거리'가 클수록 혹은 그 사이의 '시간'이 길수록 공백 자체는 우리에게 크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공백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아마 제대로 된 방향을 찾기 어려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크기의 공백'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일상과 바쁨, 그 사이에 존재하는 적당한 공백을 찾는 것"
개인적으로 그 '적당함'이 휴식을 의미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점을 작가는 '아담한 공백'이라고 표현을 한 것은 아닐지 생각합니다. 뭐든 적당한 게 좋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너무나 긴 공백 혹은 너무나 짧은 공백에는 아무래도 스스로의 충분함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요즘은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의 회사원'과 '5시 반 이후의 일상'이 그 공백을 가로지르는 궤적인 것 같습니다. 이 둘의 사이가 너무 멀지도 그리고 너무 가까워지지도 않길 바라면서 저만의 적당함을 찾아갑니다. 출근을 하며 그리고 퇴근을 하며. 그렇게 오늘도 적당한 하루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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