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 이별은 다 그런 건가.

09

by 고봉수

■ 평범함이라는 건 정작 어떤 것일까?


주말에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기분 좋게 90분의 러닝타임이 지나갔습니다.


개봉을 한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난 영화를 이제야 봤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지금에서라도 봤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龜は意外と速く泳ぐ, 2005"


"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2005"


라는 일본 영화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보았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만큼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점도 꽤 좋고 네티즌 리뷰에서 대부분 좋은 느낌의 코멘트를 남겼다는 것만 봐도 "나만 기분 좋게 본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이상한 코미디에서 출발하여, 중간중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의 내용을 보면서 좋았던 부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당연히 그럴 재능도 없을 것 같습니다.) 또 평가를 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그저 제가 좋아하는 장면을 담은 것이니 하나의 메시지로써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글을 읽고 나서 이 영화를 한 번 찾아보셨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 스즈메, 이별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이별은 대단한 게 아니라
한 쪽이 죽고 난 후 처음으로
그 때 그게 마지막이었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뿐
이별은 다 그런 건가


스파이 활동을 위해 어쩌면 이 곳을 떠나야 할지도 모를 '스즈메'가 남편과의 이별을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해외에서 거북이의 안녕만을 확인하는 남편에 대해서 스즈메가 느꼈던 감정은 아마도 이와 같은 이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스즈메가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던지는 '이별에 대한 의미'는 조금 슬프기도 했습니다.


"이별은 다 그런 건가?"


■ 쿠자쿠, 자그마한 후회를 안고.

만약에 이대로 그 창을 들여다 보지 못하면
분명 평생 자그마한 후회를 안고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해


스즈메의 친구인 '쿠자쿠'가 일본을 떠나기로 결심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학교를 가는 길에 들려오던 피아노 소리를 항상 궁금해했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아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심을 하면서 '확인'을 했습니다.


힘겹게 올라간 계단 그리고 창문을 넘어 바라본 그곳엔 '톱 아저씨'가 있었지만 개의치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확인을 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결심을 하며 일본을 떠나 항상 가고 싶어했던 프랑스로 떠납니다.


자그마한 후회를 안고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스즈메, 필사적으로 해야만 할 때.

우선은 어떻게든 해야 해
인생 안에서 필사적으로 무언가 해야만 할 때가
몇 번이나 찾아오지 않는다


경찰에게 쫓기는 스파이 동료들을 위해 '스즈메'가 전기를 차단하는 장면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스즈메에게는 꽤 큰 결단이었을 겁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의 적당함과 매번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그런 적당함들이 모여서 우리의 일상을 만드는 것은 아닐지.


나쁘지도 그렇다고 마냥 좋다고도 할 수도 없는 그런 적당함.


하지만, 어느 순간엔 우리도 이렇게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중간한 맛이 나서 웬일인지 눈물이 났다


스파이 동료 중 한 명이 '평범한 라면'을 만드는 레시피를 주고 떠납니다. 그대로 라면을 만들어 먹으면서 흘린 스즈메의 눈물은 아마도 이런 평범함에 대한 것을 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어느 정도의 중간을 차지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


때로는 너무나 평범해서 투명인간이 되어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그러나 생각해보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는 그런 마음.


결국 스즈메는 쿠자쿠를 찾으러 길을 떠나면서 영화의 엔딩이 이루어집니다.


스파이 동료들도 그렇고, 쿠자쿠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전부 스즈메를 두고 떠났지만 이제는 스즈메가 찾아가기로 결정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장면이 정말 "스즈메를 위한 엔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중간한 맛에 눈물을 흘리면서 그 어중간함을 느끼게 된 스즈메에게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그런 마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한 일본식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꽤 묵직한 의미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게 봤던 것 같습니다.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그 시간을 금방 지나갔지만, 나름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무쪼록,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평범함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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