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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의 움직임은 때로는 너무나 단순합니다.
바다의 한가운데 놓인 공은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위, 아래로 운동을 반복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라면 그 무한한 움직임은 계속 이어집니다.
거대한 힘에 의해, 거대한 중력에 의해 공은 그렇게 움직입니다.
바람이 불어오기 전까지는 위, 아래의 움직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렇듯, '우주의 원칙'은 한없이 날카롭고 예리하게 작용합니다.
단편소설에 대한 생각 혹은 그 시작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위와 같은 상황을 상상했습니다.
"왜 이런 상황을 상상했을까?"
에 대해서 그럴듯한 답은 없지만, 아무래도 "내가 공이 되면 어떨까?" 라고 생각을 하니 너무나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실제로(물리 시간에 배운 것을 떠올려보면) 바람이 불지 않는 바다의 위에서 사물은 파도의 위치에 따라 위, 아래로만 움직인다고 합니다.
만유인력, 중력과 같은 '거대한 우주의 힘'에 놓인 한없이 나약한 공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람이라는 '자연의 힘'이 개입을 하는 순간, 이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공'은 파도를 벗어나 그리고 바다를 벗어나 육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중력과 같은 거대한 힘일까? 아니면 바람과 같은 자연의 힘일까?"
아니면,
"나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현재를 유지시켜주는 관성의 모멘텀일까? 아니면 새로운 영역으로의 변화일까?"
라고 조금은 그 연결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괜히 억지스럽지는 않았죠?)
과학적인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괜히 거창하게 적은 것 같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아무래도 제가 써 내려가고 싶은 '단편소설의 큰 흐름'이 될 것 같습니다.
■ 그렇게 제목도 상상을 했습니다. 조금은 가볍게.
이전의 글에서도 한 번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이런 내용을 담아낼 '단편소설의 제목'을 정해두기도 했습니다.
"마르살라와 리빙코랄 그리고 그 해 여름"
조금 더 허세 있게 표현을 하면,
"Marsala and Living coral, then this year’s summer"
입니다. (다시 봐도 허세스럽네요. 참.)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항상 색감 그리고 색채에 대해서 굉장한 애정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에도 이런 '컬러(Color)'를 가장 먼저 고민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런 색에 대해 어느 정도의 상당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물론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그저 색, 색감 그리고 색채가 가지는 시각적인 느낌이 저는 좋았기 때문입니다.
딱 그만큼의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컬러로 나왔던 '마르살라'와 '리빙코랄'은 하나의 컬러로써 그 의미를 지닐 뿐입니다.
그게 어떠한 시간을 의미할지 아니면 소설의 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이벤트를 표현할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두 색'과 '그 해 여름'은 어느 정도 유의미한 관계를 가지며 소설의 한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막상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크게 뭐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소설의 내용을 관통할 ‘큰 흐름’과 그럴듯한 ‘제목’ 정도가 생겼을 뿐입니다.
물론,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그저 하나의 아이디어 정도로 남겨질지도 모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그래서 나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라는 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이런 부분은 명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쌓여진 감정의 방출'로써 그리고 '단순한 이야기의 전달'로써의 소설이 아니라 그 안에는 제가 느낀 실감을 적절한 호흡과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정리’를 통해 조금은 더 탄탄한 그리고 나름의 의미를 담은 소설을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며 지극히 개인적인 흔적을 남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구독하는 한 작가님의 소설 이야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상당한 부분에서 발걸음을 옮기신 그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글을 통해 읽어가며 저 또한 그렇게 묵묵히 그리고 천천히 걸어 나가기를 바랐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발걸음은 참 멋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작은 발걸음(Step)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약(Leap)이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