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초능력 일기 10.
아침부터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었다. 연락이라곤 올 일 없는 귀하디 귀한 토요일 새벽녘부터. 윤서빈. 휴대폰 액정에 떠오른 이름을 보며 진수는 머리를 싸맸다. 연락을 무시하고 싶지만, 질기게 찾아올 녀석이었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쓸없능. 모두가 쓸모없는 초능력 하나를 안고 사는 사회. 진수는 그 능력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영 쓸모없기만 한 능력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능력으로 재미를 찾는 녀석도 있고.
그 녀석이 버스 터미널에서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급하다고 해서 머리도 감지 않은 채 후다닥 챙겨 나온 것이었는데, 멀끔하게 서있는 놈을 보니 그리 급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강릉 가자.
서빈이 진수를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티켓은 이미 사놨어. 여기… 여기는 유원이야. 김유원. 유원이 꾸벅 인사를 했다. 대뜸 강릉이라니 어이가 없어 입술만 달싹이는데 서빈이 버스 안으로 등을 떠밀었다.
맨 뒷자리에 앉아 그제야 나오는 목소리로 웬 강릉? 하고 물었더니 실험하고 싶다는 게 있단다. 서빈의 옆자리에 앉은 유원이 고개를 쑥 빼고 우물우물 입을 열었다.
제… 초능력이… ‘대중교통 지연시키기’거든요….
5분, 10분 정도 늦는 건 예삿일이고 한 시간 늦을 때도 있단다. 진수는 속으로 ‘와, 같은 버스 타는 사람은 진짜 싫겠다’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다시 인사드릴게요. 대중교통 정시 도착 담당입니다. 지하철에서 일하고 있어요.”
….
서빈의 생각은 알 것 같았다. 자기 지인 중에 대중교통은 지연시키는 능력과 정시에 도착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모두 있으니, 둘을 함께 버스에 태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한 거겠지. 유원도 알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괜히 ‘도파민 중독 같으니’하고 툴툴거렸더니 알긴 아는지 서빈이 어깨만 으쓱했다.
*
강릉터미널은 쾌청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었다. 하품을 길게 몰아쉬며 놈을 바라보자 서빈이 빙긋 웃었다.
그래서 실험 결과는 맘에 드냐, 이놈아.
아직 부족해. 날씨가 좋아서인지, 평일이어서인지, 다른 변수들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
자주 부르겠다는 이야기였다. 종이조각을 뭉쳐 놈에게 던졌다. 에라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