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는 캠프파이어에 구워 먹어야 제맛

쓸모없는 초능력 일기 09.

by 김라면

허허벌판이었다. 새벽에 대뜸 날아든 전화를 받고 해미는 운전대를 잡았다. 서빈이 보내준 주소로 도착했더니, 웬 논이었다. 수확도 한참 전에 끝난, 정말 아무것도 없는 논.

쓸없능. 누구나 쓸모없는 초능력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 안개를 솜사탕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탓에 해미는 틈틈이 서빈에게 불려 가 솜사탕을 공급하고 있었다. 오늘도 같은 이유려니하고 나왔는데 안개는 ‘ㅇ’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로 오라고 한 이유가 뭐야? 툴툴거리며 차에서 내리니 먼저 도착했는지 서빈이 다른 친구와 함께 논두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윤서빈-.

긴 부름에 서빈이 멀찍이서 대충 손짓을 했다. 터덜터덜 걸어가니 어-, 이쪽은 선병우, 하는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러고선 두 명이 쇼핑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이었다.

여기는 왜 오라고 한 거야? 가만히 있어봐. 허락도 받아놨어.

허락? 하고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서빈과 같이 있던 친구-병우가 무언가를 가리켰다.

뭐야. 마시멜로잖아.

곤포 사일리지.

응?

마시멜로가 아니라 ‘곤포’라고. ‘곤포 사일리지.’

그러니까 논에 늘 보이는 그 마시멜로.

해미의 말에 서빈이 웃었다. 병우도 킥킥대며 고른 곤포 앞으로 다가가 여기저기 살폈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해. 저 녀석 능력이 그거거든.

응? 하고 돌아보니 서빈은 대답 없이 병우의 옆에서 구경을 하는 중이었다. 곤포를 여기저기 만지던 병우가 잇속으로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아하…. 윤서빈이 그럼 그렇지….

쓸없능. 병우가 가진 능력은 곤포를 진짜 마시멜로우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었다. 물론 논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곤포는 짚단을 둘둘 감아 밀봉시켜 놓은 것이라 단맛도 덜하고… 구입하기도 힘들다는 것 같지만. 분명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실험하고 싶어 했을 서빈이 뻔히 보였다.

됐다.

목소리가 들렸다.

됐다. 먹어봐.

병우가 말했다. 서빈이 곤포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뜯자 푹신한 마시멜로우의 단면이 보였다.

오호.

그렇게 한참 손을 뻗어 마시멜로우를 뜯어먹었다. 한참.


어…. 진짜… 달다….

거의 원형 그대로의 거대한 마시멜로가 남았다.

이제 처리비용이 들어.

처리는 너에게 맡길게.

두 사람이 뛰어갔다. 해미를 거대한 마시멜로우 앞에 내버려 둔 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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