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초코는 치약맛이 아니라 치약이 민트맛

쓸모없는 초능력 일기 12.

by 김라면


쓸없능. 모든 사람이 쓸모없는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 그 쓸모없는 능력이 정말 몸에 밴 습관과도 같아 자각이 한없이 늦는 사람이 있다. 예빈이 그런 경우였다.


칫솔에 물을 살짝 묻히고 치약을 가득 짠 후에 입안 가득 솔을 밀어 넣는다. 솔에 치아가 맞부딪혀 사각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금니, 송곳니, 앞니. 위아래로 꼼꼼히 솔질을 하고 혀와 혀뿌리까지 잊지 않는다. 예빈은 가글세정액을 정량 따라 물에 희석시킨 뒤 입 안을 헹궜다. 아르르-. 친구가 치와와 같다고 놀린 소리를 내며 목구멍까지 깨끗하게 씻어낸다.


나는 초능력이 없는 것 같아.


예빈은 엊그제 친구와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다들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나는 능력 자체가 없는 것 같아. 무능력자 아닐까. 무능력자면 어떠냐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친구가, 그럴 리가, 하고 말을 꺼낸다.


우리 옆 팀장님 초능력이 뭔지 알아?

뭔데?

볼펜 똥 잘 닦기야.

…와.

진짜 쓸모없지? 심지어 볼펜 많이 쓰던 옛날이면 모를까. 요즘은 잘 쓰지도 않아서 볼펜똥도 잘 안 생긴다고.


친구가 사실 신경 쓰면 누구나 할 수도 있는 능력인데, 하고 덧붙인다.


“네 능력도 그렇게 자연스러운 행동일지도 모르지.”


친구의 말을 되뇌며 예빈은 식탁 위에 놓인 딸기를 집어 들었다. 한 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 단 맛이 피어난다. 달다. 올해 딸기는 정말 풍년이다. 서너 개 밀어 넣는다.


너, 방금 양치질한 거 아냐?


부엌에서 국 간을 맞추던 어머니가 예빈을 보며 물었다.


응. 왜?

근데 그 단 게 맛이 느껴져?

응. 양치질이랑 단 게 무슨 상관이야?

원래 양치질하면… 불소 때문에 맛이 달라지잖아. 단맛도 덜나고. 뭔가 답답한 맛이랄까.


어머니가 예빈을 보며 이리저리 설명을 하려다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됐다, 하고 말을 멈췄다. 맛있으면 됐지 뭐.


예빈은 손에 쥔 딸기를 내려다봤다. 입에 넣었다. 달았다. 다시 하나를 집고 베어 물었다. 양치질을 한 직후와 맛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양치질을 해도 맛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능력. 하찮고 달콤했다.


“엄마…. 아무래도 나, 능력을 찾은 것 같아.”


딸기는 마지막 하나까지 달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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