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시계는 5분 더 자기 위해 존재한다

쓸모없는 초능력 일기 11.

by 김라면


서빈의 방은 자타공인 아지트였다. 집주인이 자고 있건 말건, 집에 있건 없건 늘 사람들이 복작거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여럿이 컵라면을 끌어안고 둘러앉아 빈둥대고 있었다.

서빈이 종이도 뜯지 않은 일회용 젓가락을 옆에 앉아있던 동훈에게 넘겼다. 동훈은 익숙하다는 듯 종이 포장을 벗기고, 두 갈래로 갈라진 젓가락 끝을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깔끔하게 둘로 분리된 젓가락을 서빈에게 넘기고서는 다른 친구들의 일회용 젓가락도 챙겨 들었다. 딱! 하는 소리가 여러 번 울렸다.


“이런 걸 보면 내 능력이 제일 쓸모 있는지도 몰라.”


쓸없능. 모두가 쓸모없는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무젓가락을 대칭으로 부러뜨리는 능력을 가진 동훈이 말했다.


“너보다는 내가 나을 것 같은데.”


서빈이 장난스레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벽에 있는 포스터를 겨냥했다. 탕-, 하고 사격하는 시늉을 하자 포스터에 푸슉, 하고 작은 구멍이 났다. 이미 포스터는 너덜너덜한 구멍자국으로 엉망이었다.


“그건 살상무기라고. 티켓팅에 잘 써먹는 산우 놈 좀 봐. 돈 벌어도 되겠어.”


하람이 산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산우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티켓팅이라고 해봐야…. 그냥…. 가끔 서빈이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는 정도인데….”


그거 돈 받고 사는 사람도 있는 거 알긴 아냐? 아냐, 저놈은 몰라. 불법적인 일은 절대 안 할 놈이잖아. 와글와글 거리는 와중에 서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쓸모 있고 없고를 떠나서….”


시선이 한수에게 닿았다.


“정한수 능력은 절대 갖고 싶지 않아.”


그게 유용하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밤. 집으로 돌아와 알람을 맞추며 한수는 한숨을 쉬었다. 8시 10분. 애매하게 정각이 아닌 시간으로 맞춘다. 미리 기분이 나쁠 준비를 한다.


아침. 8시가 되기 전에 눈이 번쩍 떠진다. 아직 알람까지 5분이나 남았는데. 꼼지락거리며 알람을 8시 20분으로 바꾼다. 다시 8시 15분. 눈이 번쩍 떠진다. 누군가 와악!하고 놀라게 해서 잠에서 깨는 것처럼 번쩍.

숨을 몰아쉬며 다시 이불속을 파고든다. 잠은 전부 다 달아나 눈이 감기지도 않는다. 이불 안에서 좀비 같은 앓는 신음을 내뱉는다. 출근으로 다져진 직장인의 몸이라면 당연히 출근 시간대쯤 눈이 떠진다고들 하지만, 이건 오롯이 한수의 능력이었다.


알람시계보다 5분 일찍 잠에서 깨는 능력.


내 아까운 5분…. 한수는 다시금 친구들의 말에 동감했다.


나라도, 내 능력은 갖고 싶지 않을 것 같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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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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