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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라 Nov 17. 2019

같이 먹는 거 참 좋다

둘이서 같이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

 결혼 후 한동안은 정말 힘들고 피곤했던 것 같다.

나는 혼자 카페를 운영할 때였고, 남편은 사회 초년생 시절이라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 6시간 정도였다. 카페와 직장이 집에서 각각 편도로 한 시간 반 거리였고, 늘 잠이 부족했다. 카페는 8시에 오픈이라 집에서 새벽 6시에는 나가야 했고, 늦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허겁지겁 일어나 비몽사몽 한 상태로 같이 지하철을 타면 곧장 기절하듯 잠들고,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았는데 내려야 하는 정류장이라 헐레벌떡 내리곤 했다. 그렇게 각자의 일터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일하다가 녹초가 되어 집에 오면 12시가 넘었다.

당연히 같이 밥 먹을 시간은 거의 없었고, 어쩌다 밖에서 밥을 먹어도 식당 안에서 졸거나 심지어 무언가 먹으려 걸어가는 길에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졸기도 했다.

나중에는 주말에 요리 수업까지 맡게 되어서 한 달에 하루 쉬던 날, 오랜만에 밥을 해 먹었다. 장 볼 정신도 없어서 그냥 집에 있던 재료로 정말 간단히 된장찌개에 김치, 계란, 마른반찬 몇 개...

둘이 마주 보며 서로 반찬도 집어주고 국도 호로록 떠먹고 오래간만에 이야기도 좀 나누고 그렇게 먹다가 갑자기 말했다.

"나 너무 행복해. 같이 밥 먹어서."

그때만 해도 평소에 감정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았던 남편의 얼굴이 잠시 시무룩해졌지만, 진심으로 행복해서 웃는 나를 보며 따라서 웃어 보였다.

평소에는 밤 12시에 넘어 집에 오면 너무 허기지지만 밥해 먹을 기운도 남지 않아 기절하듯 잠드는 일이 다반사였다. 너무 배고픈데 그 시간에 대강 먹을 만한 건 치킨 뿐이라 배달시켜서 한 입 물었는데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우리가 밥을 해 먹으며 여유 있게 대화도 나누다니, 새삼스럽게 이 시간이 얼마나 고맙고 귀중한지 가슴 벅차오를 지경이었다. 우리는 밥을 같이 먹는 식구니까. 이렇게 같이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좋다.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깨가 쏟아져야 할 신촌 초반이라기엔 조금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런 힘든 시기가 없었다면 그 소중함을 이만큼이나 느낄 수 있었을까 싶다. 지금 같이 잘 살아가는 데 큰 이유가 되었을 만큼.

그러니 지금 이 행복을 글로 써서 간직하고 싶다. 우리가 둘이서 같이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이 평범한 이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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