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의 꽃, 임원이 지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마치 굳건한 왕가 같았던
그때의 임원들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했기에
이른 마지막을 맞이했다.
코찔찔이 신입시절, 첫 임원 직함을 달았던 그를 보며
존경을 하기도, 욕을 하기도, 원망을 하기도 했었다.
밑에 있는 사람들 중 아무도 그를 좋게 보지 않는 듯했던 시절에도,
모든 이들은 그의 말 한마디, 손 짓 한 번에 어쩔 줄 몰라했다.
눈치를 보느라, 비위를 맞추느라,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짓느라 바빴다.
오로지 서열화된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세상이었다.
우리는 머리를 숙였고
그는 우리의 정수리를 보며 지나갔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임원생활의 끝.
만감이 교차하는 그의 표정을 보니 나도 마음이 마냥 편치 않았다.
이렇게 갈 거면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던 건가,
고작 이런 결말을 두고 그 아우성을 쳤던가.
막상 마지막이 되니 그 또한 한낱 은퇴를 앞둔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대략 30년의 회사 생활의 마지막.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감히 그가 안쓰러워 보였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그의 외침이 어렴풋이 들리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