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원래 이런 거라네요
요 며칠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뒤숭숭하니 마치 장마가 끝난 직후 습기를 잔뜩 머금은 거리를 걷는 기분이 든다.
연말도 아닌, 평화로운 연중, 여름 어느 날.
J부장이 P팀으로 발령받았다. 매우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이었다. J부장님은 원래 S팀 팀장이었다. 그런데 팀장이 아닌 팀원으로 발령이 났다.
심지어 다른 근무지, 다른 층도 아닌 바로 옆 팀이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P팀장인 K팀장님은 원래 J부장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J팀장과 K직원 시절, J팀장님은 K직원을 엄청나게 못 살게 굴었다고 한다. 보고서는 늘 부족했고, 일은 늘 모자랐으며, 항상 성에 안 찼었다고 한다. 반면 K직원은 별말 없이 늘, 한결 같이 결국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었다고 한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아니 사실, 인사팀도 이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이건 뭐, 구조 조정만 아닐 뿐. 누가 봐도 나가라는 얘기였다.
의외로 J부장님은 개의치 않는 표정과 여전히 당당한 걸음으로 본인의 앞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맡은 업무에 충실히 임하셨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의외로 똥을 밟은 것은 그 밑에 있는 팀원들이었다. 모든 회의에서 둘 사이에 이슈가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왜인지 먼저 J부장에게 보고를 하고 나서야, K팀장에게 가서 똑같은 내용의 보고를 또 했다. 참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I부장이 P팀으로 발령이 났다. I부장님은 K팀장, J부장보다 더 고참이다.
와, 이제 저 10명이 안 되는 팀에 부장만 3명이다. 이 무슨…
I부장까지 들어오자 P팀 분위기는 정말 누가 봐도 어수선한 지경이었다. 이상한 분위기에 길 가다 모르는 사람조차 다른 팀 사람에게 저 팀 무슨 일 있냐며 물어볼 지경이었다.
바로 앞에서 관전하는 나만 흥미진진해하는 듯했다.
P팀 대리들은 부장들 앞에서는 표정 관리를 매우 잘했다. 하지만 후배인 내 앞에서는 불만을 꽤 많이들 털어놓았다. 대리 밑으로 들어오는 사원은 없고, 실무는 대리 3명이 다 하는데. 계속 들어오는 사람이라고는 차장도 아니고 부장이라니.
그렇게 이중, 삼중 보고가 계속되던 어느 날. 갑자기 J부장님이 퇴사를 선언하셨다.
아, 이렇게 갑자기? 갑자기가 아닌가? 정말 예측 불허한 회사생활이다.
그렇게 또다시 소문이 한바탕 휩쓸고, 인사 발령 공고가 올라왔다.
J부장 퇴사
K팀장 면직 / 팀원 발령
I부장 P팀장 발령
회사라는 조직은 역시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