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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보라 Apr 06. 2020

벽을 만나면?

그림책 <빨간 벽>

인생 책, 인생 그림책이라는 표현을 하곤 한다. 아이를 임신하자마자 그림책을 사기 시작해서 12년째 나는 그림책을 사고 있다. 처음 그림책은 태담용으로 구매를 했다.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을 알지 못할 때이니 그림책이라도 읽어주자는 요량이었다.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하는지 어떤 걸 골라야 하는지도 모를 때 그 당시 육아의 신이었던 푸름이 엄마와 아빠의 책을 읽고 따라 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집에 책이 많아야 한다는 말을 믿고 텅 빈 책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실에 있는 책장엔 책이 가득한 집이 되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책 읽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많은 육아서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책은 공부가 되고, 공부는 지겨워가 책도 지겨워까지 연결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주 작게, 나는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들이 잠들이 전에 최소한 2권은 꼭 읽어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둘째가 3살이 되고 그림책을 찢지 않는 나이가 되고는 매주 도서관에 다녔다. 아이들에게 읽어준 권수를 세어본 적은 없지만 이미 아이들은 만권(하루 4권*365*11=16060)이 넘는 책을 봤을 것이다. 사실 아이들은 딱 2권만 보고 자는 경우는 드물다. 10년 넘게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었고, 아이들은 습관처럼 자기 전에 그림책을 열었다. 그림책은 아이와 내가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었다. 기계적으로 읽어주는 날도 있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느꼈으리라!

1만 권이 넘는 그림책 중에 내 마음에 훅하고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내 인생 그림책 <빨간 벽>이다. 브리타 테켄트럽이라는 작가의 그림과 글이 좋아 눈여겨보았는데, 도서관에서 만난 <빨간 벽>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주문을 바로 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꼬마 생쥐야, 네 인생에는 수많은 벽이 있을 거야. 어떤 벽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지만 대부분은 네 스스로 만들게 돼. 하지만 네가 마음과 생각을 활짝 열어 놓는다면 그 벽들은 하나씩 사라질 거야. 그리고 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견할 수 있을 테고.”

“벽은 처음부터 없었어.” -<빨간 벽>

꼬마 생쥐는 당연한 것에 질문을 한다. ‘벽 너머에 뭐가 있을까?’ 질문은 답을 찾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생쥐는 다른 동물들에게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한다. 신기하게도 모두 다 그냥 받아들이라고 한다. 원래부터 있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빨간 벽은 내게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었다. 내가 정한 규칙, 내가 정한 엄마라는 역할, 내가 정한 주부의 의무, 딸이라면, 며느리라면,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세뇌시켜버린 것들을 스스로에게 강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빨간 벽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꼬마 생쥐에게 빨간 벽은 안전함을 준다. 안전하다고 느낄 때 호기심도 생긴다. 하지만 늘 보는 것에 why?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된다.


계속 답을 구하는 자에게는 스승이 나타난다. 바로 파랑새다. 꼬마 생쥐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주는 새는 처음부터 빨간 벽은 없다고 말해 준지 않는다. 꼬마 생쥐가 세상이 궁금하다고 자신을 벽 너머로 데려다 달라고 했을 때 슬그머니 등을 내어 준다. 그리고 꼬마 생쥐가 알아챘을 때 비로소 넌지시 말해준다. 벽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이다. 만약 궁금해하지도,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계속해서 말해준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20190516 why 1586

왜 어린이집 엄마들의 보면 지난 시간들이 떠오를까?

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있어야 화를 다스릴 수 있을까?

왜 엄마들과 같이 질문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니 더 재미있을까?

왜 <빨간 벽> 이 어렵다고 이야기할까?

왜 사람마다 인생 책은 다를까?

왜 10년 육아를 하고서야 낮잠을 마음 편히 낮잠을 자는가?

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늘 주어지는가?


20190925 why 1718

왜 나는 나 스스로를 여전히 빨간 벽에 가두고 있을까?


20191029 why 1752

왜 <빨간 벽>은 언제 봐도 인상적일까?


빨간 벽을 일상에서 종종 만나곤 한다. 그러면 why에 표현을 한다. 빨간 벽을 내가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도 알아챘지만 오랫동안 습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잠을 자는 것을 죄라고 생각한 나는 아파야 간신히 잠을 잤다.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가 종일 데리고 있는다고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차피 아이는 어린이집에 갔고, 피곤하면 잘 수도 있고, 아이와 함께 자면 되는데 왜 나는 그토록 낮잠을 불편해했을까? 내가 만들어낸 빨간 벽이다. 좋은 엄마는 아이를 보내고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말이다. 오히려 아이들 없을 때 푹 자고 아이를 맞이하면 더 에너지 있고 허용하는 엄마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리저리 재어보고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낮잠을 편히 자지 못하고, 책을 읽고 관심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왜 그랬는지 발견했으니 말이다. 해보지 않고 알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모르니까 궁금해하고, 해결하고 싶으니까 실천을 한다. 처음 why를 만나고, ‘그래서 매일 쓰면 뭐가 변한다는 거지?’하는 호기심을 지금까지 써온 why를 통해 깨달았으니!


질문은, why는 나를 발견하는 훌륭한 도구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 안에 있는 벽을 만나면 나는 나에게 why를 던진다. 왜 마음이 동요하는 거지? 왜 해결된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슬픈 거지? 왜? 어디서 오는 마음이지? 계속해서 묻다 보면 내게 필요한 것을 세상이 내어준다. why를 만난 것도, 하브루타라는 것을 만난 것도 그랬다. 돈과 시간의 제약이라고 생각한 내게, 내가 사는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내어 주었다. 엄마가 우주라면, 우주가 엄마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묻고, 답을 구하면 엄마가 내어준다. 아이가 “떡볶이가 먹고 싶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자전거를 가지고 싶어!”하고 말하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내어주는 내 모습처럼, 세상은 내게, 내가 원하고 그리는 것들을 내어준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그리고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나를 발견하면 주변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나와 나의 관계가 좋아지면 아이와도 신랑과도 관계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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