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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이들은 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걸 좋아할까

아이의 행동 속에 숨겨진 마음은?

by 지혜로운보라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무엇일까?

"안돼!"

"위험해!"

"조심해!"

엄마인 나는 왜 그렇게 자주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했을까?

그 행동들에는 대체 어떤 마음이 숨겨져 있었을까?


소파 등받이, 미끄럼틀 꼭대기, 난간 위, 책상 위, 싱크대 위, 그리고 5단 서랍장까지!

두 아이는 딸이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어디든 올라갔다.

"엄마, 나 좀 봐! 나 잘 뛰지?"

환하게 웃으며 뛰어내리던 아이.

그 순간마다, 내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애기가 다치면 어떡하지? 무서워? 대체 왜 그러는 거지?'

나는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쫓아다니며 불안과 싸우곤 했다. (불안하다고 표현하면 정말 아이가 다칠까 봐 표현하지도 못했다.)


어느 날 질문을 적었다.

왜 아이들은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고 뛰어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이 질문을 던지고, 마음을 느끼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이의 행동에는 언제나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아이의 행동 속에는 '용기'가 있다.

무섭고, 두렵지만 부모를 믿고 시도하는 마음이 있다.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세상이 얼마나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지 몸으로 배우는 중이었다.

자기 신체에 대한 믿음, 감각에 대한 호기심이 함께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했다.

"엄마, 나 좀 봐줘!",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작은 몸짓이었다.


그런데 엄마인 나는 '위험해!', '빨리 내려와!'하고 외쳤다.

아이를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질문을 하고 들여다보니 내 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아이를 통제한 것이었다. 내 안의 두려움이, 아이의 용기 있는 도전을 방해하곤 했다.


얼마 전, 고1인 된 딸이 스터디카페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전동 킥보드를 타고 집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랑이 마중 나갔다가, 점멸된 도로를 가로지르며 오는 딸을 보았단다. 그 사실을 알고 딸에게 물었더니 아빠는 재밌나고 한마디 했다고.


아빠의 여유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남편은 어째서 아이에게 타지 말라고 하지 않는 것인가?

신랑은 시골에서 자랐다. 그 당시의 시골은 오토바이가 교통수단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아버님은 아들에게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알려주시고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다고. 아버지에게 허용받은 경험은 그대로 아이에게도 흐른다.


그래서 이번엔 나도 다른 질문을 해봤다.

"그 시간에 혼자 킥보드 이리저리 타면 어떤 기분인데?"

"너무 신나고 좋았어.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나 혼자 타니까!"

'공부 스트레스를 킥보드로 해소하고 있구나!' 딸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제는 내가 그 마음을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스로를 믿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엉엉 울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

나는, 내 아이가 그렇게 자라길 바란다.


아이들이 높은 곳에서

몸으로 익히고,

믿음을 배우고,

세상을 실험하는 그 순간들.

그 시간을 마음 조리며 지켜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이토록 사소한 질문들에서 마음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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