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하나가 예쁜 추억 하나로

육아는 고난이다. 고난은 예쁜 추억이 된다.

by 지혜로운보라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면 만나는 어르신들마다 한 마디씩 한다.

“지금이 좋을 때야!”

“가장 예쁠 때야!”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만 좋을 때라고 하신다. 꼬물꼬물 귀여운 아기가 있으니 보기는 좋다. 보기 좋은 것이 일상이 되면? “제발 4시간만 연속해서 푹 자고 싶어!”가 소원인 시절이 있다. 아이가 3돌이 되기 전까지 푹 자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좋은 때라고 말씀하시는 어른들에게 짜증이 나고 반감이 들었다.


첫 캠핑의 추억이 떠오른다. 초보 캠퍼로 우리끼리 첫 출정한 날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바람 소리와 함께 먹구름이 몰려오며 천둥 번개가 치던 날! 신랑이 힘들게 쳐 놓은 타프가 돌풍 한방에 날아오르고, 텐트는 팩을 박지 않고 테크에 올려놓은 탓에 휙~하고 움직이고, 비는 쏟아지는데 큰아이는 무섭다고 울어대고, 우는 언니 따라 둘째도 울고, 나도 무서운데,,, 아이가 우니 괜찮다면서 다독이는 시간! 그러면서도 사진에 남겨둬야지 하며 돌풍과 비가 쏟아지는데 사진을 찍어 대던, 철없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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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리 타프의 스트링은 그날의 흔적이 있다. 중간에 끊어져서 묶어서 사용하고 있는 스트링... 볼 때마다 그날이 떠오른다. 비바람이 지나가고 다시 타프와 텐트를 단장하고, 손님이 왔을 때는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쨍쨍하던 그 날... 2박 3일을 보내고 철수하던 날. 짐을 다 실었는데, 갑자기 바퀴에 펑크가 나서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서 실은 짐을 다 내리고 스페어타이어를 끼우던 신랑의 수고를 기억한다. 우리끼리 첫 출정에 캠핑하면서 중간중간 한 번씩 만날까 말까 한 일들을 2박 3일 사이 다 겪어버렸던 날!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예쁜 추억 하나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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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혼자도 그냥 있어도 무더운 여름에 뜨끈한 난로인 돌쟁이 둘러업고, 2박 3일을 지냈다니 용기가 가상했다. 힘든데 왜 갔을까? 왜 아이들과 자연에서 지내려 했을까? 왜 자연에서 아이는 행복해했을까? 왜 힘들다고 피곤하다고 잠 못 잔다고 투정 부리면서도 나가야만 했을까? 많은 생각이 스친다.

하루는 하브루타 모임에서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체력을 바닥까지 꺼내서 쓰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즐겁고 수월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힘들지만 나름의 힐링의 시간이던 캠핑을 했기에, 지금은 주변을 돌아볼 시간도 여유도 부릴 수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뜨거운 여름 등에 난로를 매고 음식 하고, 치우고, 놀아주고를 하면서 인내를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신랑도 나도 아이들과 이런저런 경험들 속에서 처음에는 난처하고, 당황스럽고, 어쩌지 못했던 시간들을 보내며 서서히 어른이 되어 간다. 작은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이 되려면 땀 가득, 눈물 가득, 정성이 가득 필요한가 보다.


때때로 지난 일들을 기록한 why노트를 읽어본다. 나름의 피드백의 시간이다. 다시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육아는 고난이다.’ 그리고 ‘육아는 축복이다.’, ‘육아는 성장이다.’다. 만약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세상의 반도 알지 못한 채 살고 있지 않을까? 고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예쁜 추억이 되어 있다. 아이랑 울고 웃던 시간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지금을 본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보석같이 빛나는 소중한 시간임을 때때로 알아채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렇게 고난은 예쁜 추억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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