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대비해서 점심도 든든히 먹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꽤 많은 체력을 소비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는 그것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해서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자각하지 못하지만 뮤지엄샵에서 쇼핑까지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다리가 급격히 아파와서 근처 카페에서 카페인과 당을 보충하며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미술관과 박물관은 빼먹지 않고 보고 싶어 하고, 한번 들어가면 기본 3시간 이상은 봐야 하는 타입이지만) 하루에 한 곳만 본다는 규칙을 세우고 잘 따르고 있는 편이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14~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뿐 아니라 17~18세기 바로크와 로코코의 화가, 독일과 프랑스 르네상스 화가들의 중요한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장품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의 향연>,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조토의 <마돈나>, 다빈치의 <수태고지>,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라파엘로의 <어린 요한과 함께 있는 예수와 성모>, 카라바조의 <바쿠스> 등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놓치고 싶지 않은 대작이 많을 때에는 투어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이라면 더 그렇다. 그림 하나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와 상징성이 가득 담긴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인상파 시기부터는 나의 인상을 가득 담아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선호한다.)
[유로 자전거 나라]에서 반나절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신청했다. 피렌체에서 미술 복원에 관련된 공부를 마친 가이드님의 투어는 전문적인 내용과 감성적인 접근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긴 시간이 훌쩍 지나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다.
작품에 대한 애정뿐만이 아니라 우피치 미술관 자체에 대한 긍지가 엿보였는데, 그도 그럴만한 것이 처음 건물의 용도-우피치(Uffizi)는 이탈리아어로 ‘집무실’이다-를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천장화가 멋있고 창문이 크게 나있어 그 자체로도 분위기가 좋았다. 또 작품을 감상할수록 화가 개인의 능력에 감탄하기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이 작품을 수집한 메디치 가문의 안목에 감탄하게 되었다.
화가를 후원하고 작품을 주문하고 그것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문화를 양성해낸 이 가문은 그 자체로도 지금까지 존경받아 마땅하다.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오지 않고 정당한 값을 지불한 한 집안의 컬렉션을 (아! 이게 이탈리아 르네상스지!) 기분 좋게 감상했다. 메디치가의 마지막 후손으로 이 컬렉션을 물려받은 안나 마리아 로도비카가 작품을 기증할 때 <피렌체 바깥으로 반출 금지, 일반 시민에게 작품 공개>의 조건을 달았다는 설명을 들으니 마지막까지도 ‘역시 메디치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있어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과시하기 급급해서 갑질이나 하는) 우리나라 몇몇 기업 총수가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조금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