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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모삼천지교 Jan 12. 2024

짖지 않는 개들

낯선 이에게 인사하는 사람들

유럽 여행 계획을 짜던 남편이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며 저를 불렀습니다. 기차표 예매 시 동반 인원 수를 묻는 것과 동일하게 반려견을 동반하는지에 대해서 묻는 표시가 있다며 화면을 보여줬어요.


신기하게도, 사람 인원수를 체크하듯 반려견의 수를 체크하는란이 보였습니다.

스위스 기차 예매 페이지

2023년, 국내에서 사람 유모차보다 개 유모차가 더 팔렸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서 혹시 한국도 비슷한데 몰랐던 것이 아닐까 싶어 KTX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는데, 아쉽게도 아직 한국은 애완견을 '동반자'로 보는 시선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죠.

KTX 예약 페이지

기차 티켓을 예약하며 예상했던 것 처럼,

아니나 다를까 가는 곳마다...

곳곳에서 개들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기차 안에서,

호텔 앞에서,

마을에서,

까페에서,

서점에서 말이죠.

하나같이 키도, 덩치도 참 큰 개들이 많았어요.


이 친구들을 마주칠 때마다, 갑자기 가게된 여행에 맞추어 관련 서류를 준비할 기간이 여의치 않아 못 데리고 간 우리 집 반려견이 참 여러모로 눈에 밟혔었습니다.

장 보는 주인을 기다리며 슈퍼마켓 밖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

그래서 더 눈 여겨 이 친구들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곳곳에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크기의 개들을 매일 만나는 와중에도 단 한 번도 짖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어요.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한 이후, 한국에서 매일 산책을 하며 마주치는 개들 중 적어도 20~30% 정도는 지나가는 우리를 향해 날카롭게 짖으며 지나가는 친구들도 많았기에 거꾸로 '짖지 않는 개들'이 어색했습니다.


어쩜 이런지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이 대화를 남편과 처음 뉴욕으로 이사 간 시기에도 똑~같이 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불과 몇년 전 기억도 이렇게 까맣게 잊습니다. 출산할 때 기억력도 같이 낳는다지요. 크흑)


서울과 정말 비슷한 고층빌딩이 가득한 맨해튼이었지만, 카페와 식당, 그리고 공원에 늘 반려견들이 가득했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의 센트럴파크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줄도 하지 않은 개들이 주인을 따라 정말 많이 산책하고 있었는데,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반려견이 없던 저와 남편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실들을 기초로 몇 가지 추측을 했더랬습니다. 집에서 주인을 홀로 기다리는 개의 책을 전담하는 직업인 '도그워커'(개들을 산책시켜 주고, 한 시간이 20~30불의 임금을 받습니다. 뉴욕에서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직업이었어요.)들이 고수익을 올리고 강아지들도 유치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개들의 정신적인 건강도 챙기는 문화니 개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덜 할 것이다 추측했어요. 더불어 맨해튼 내 꽤 많은 공원들이 한쪽에  'Dog Park'(도그파크: 개들을 위해 별도로 조성된 공원)를 따로 조성해 두기도 해서 여러모로 개나 반려인들의 입장에서, ‘서울보다 생활이 수월하니 개를 키우는 생활이 모두에게 더 즐겁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렇게,

낯선 이를 봐도 조용히 빙그레 웃는 개들이 가득한 곳을 지나온 뒤, 얼마 전 우연히 반려견계의 오은영 선생님, 강형욱 훈련사의 클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훈련사님의 이야기 속에 놀라운 내용을 접합니다.

“ 개를 잘 키우고 못 키우고, 아니면 예민하고 예민하지 않은 친구들(개)을 봤을 때
[스몰 토크]가 있는 나라와 스몰토크가 없는 나라의 차이가 굉장히 커요.

 "Hi","How are you?", "How are you doing?"
이런 것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길거리에서도 눈 마주치면 "Hi!"
이런 게 있는 나라의 개들은 굉장히 calm(차분)해요.
잘 사는 동아시아, 뭐 우리(한국)를 비롯해서 일본이나 이런 데서는 대부분 경계심이 높아요.
이게 왜냐면 개들이 일정 나이가 지나게 되면 내 보호자의 감정을 읽고  상대하고 친해질지 말지를 판단해요.
....
(중략)
그래도 훈련 20년 넘게 해 보면서 스몰토크가 있는 나라와, 스몰토크가 있는 나라의 개들은
확연히 차이가 났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아동복지와 노인복지의 차이도 굉장히 커요.
아동복지와 노인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은 개를 잘 키워요. 그래서 제가 판단한 건. 그 시대에, 그 지역에, 그 현재 개의 모습은 우리의 제일 빈곤한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저는 알고 있거든요.”

-동물훈련사 강형욱-

https://youtube.com/shorts/hGMaPn5XUdU?si=4d0RO3tqTNtv8jlp


이미 한국으로 귀국한 지 2년.

귀국 초기 잠시 낯설었지만 내 나라인 만큼 빛의 속도로 적응해 간 제가 완전히! 까맣게! 잊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매일 수도 없이,
마주치는 완벽한 타인들과 나누던
" 스몰토크"였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주제에 대한 대화로,

종종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간에 나누어지는 것"으로 정의되는 바로 그 스몰토크 말이죠.

케임브리지 사전의 스몰토크에 대한 정의

온갖 영화에서- 특히 유럽인들 대비- “친절하고 느긋한” 캐릭터로 자주 묘사가 되는 미국인들이지만. 한가지 예외인 캐릭터들이 바로 “뉴요커”입니다. 그래서 “돈만 밝히고, 늘 돈 버느라 바쁜” 일중독자와 냉혈한 사이 어디즈음 위치한 캐릭터들로 그려지는 뉴요커들을 많이 보셨을거에요. 빠른 속도로 인정 사정없이 톡톡 말로 쏘아대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뉴욕의 로펌의 아시안계 여성변호사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고분군투 하는 내용을 그린 "파트너 트랙"

하지만 실상 바빠죽겠다는 사람들 가득한 그런 뉴욕에서도, 맨해튼에서도, 그 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늘 이 ”스몰토크“가 존재했습니다.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맨해튼이라 어디를 가던 자주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지만, 그렇게 잠시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들이 일상이었습니다.

되려 아무 말도 건네지 않고 앞만 주시하고 서있는 것이 매우 무례하고, 배려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설사 궁금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안부를 묻는 센스를 키워야 했습니다. 이 즈음에서, 우리 옆집에 살던... 레고인형 같은 딱딱한 인상의 얼굴이었지만 눈이 마주치며 늘 한 번도 빼먹지 않고 How are you? 라 묻던 이웃집 아저씨가 그리워지네요. 쭈뼛거리던 제게 늘 걸어주시던 인사 덕분에 머지않아 제 입에도 How are you라는 말이 철썩 붙었더랬죠.


그렇게 나누던 스몰토크 덕분에 집 앞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한 아이엄마와 한참을 수다를 떠는 날도, 아파트 복도에서 인사하던 이웃이 소개해준 사람 덕에 어려운 면접을 단번에 건너뛰는 계기가 생기기도 했었습니다. 유명한 브런치 집 앞에서 길게 늘어서있는 줄 속에서 만난 가족들과는 안부를 묻는 정도를 넘어 이민자의 애환까지 함께 논한 날도 있었어요.


모두,

매일의 스몰 토크들이 가져온,

전혀 스몰 하지 않은 순간들이었습니다.


낯선 이들과 눈을 마주하고, 얼굴을 마주하며 수백 가구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아는 얼굴들이 많아진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집과 내 가정'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 제 마음속의 그릇도 조금씩 더 채워졌습니다.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용기, 그리고 돌아오는 답 속에 오가는 온기는 타국에서의 삶이라도 외롭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게 해 주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제가 타인들과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아이는, 누구보다 사람들을 향해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고 수다를 떠는 꼬마로 자랐습니다.


그래서 사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한 동안은 엘리베이터에서 '안녕하세요'에 한 줄 더해 인사를 건네보고, 길을 걷다가 눈이 마주치는 분들께는 눈인사를 보내기도 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간간히 돌아오는 '저 아줌마 어디.. 아픈가.'하고 묻는 것 같은 시선이 절 점점 움츠러들게 하더군요.


그래서 열 번 건네던 말은 다섯 번이 되었고,

다섯 번이던 말은 두 번으로,

그러고 나서 굳게 입을 다물고 숨소리가 들릴까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서울러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스몰토크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을 향할 경우 "오지랖"이라는 말로 불리기도 하고, 회사 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을 향할 경우(특히 상사와 나눌 경우) 간혹 "아부"라는 단어로 치환되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용어보다는 부정적인 용어들이 좀 더 기억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타인]과의 관계는 [무관심]이 예의의 기본값인가 싶게 여겨지기도 하네요. 아마도 이런 느낌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게 되었나 싶습니다.


강형욱 훈련사의 말을 듣고서야!

제가 완벽한 타인들과 시시콜콜 시답잖게 나누던 대화를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아이와 개와 함께 있는 순간들 속의 제 행동을 스스로 되돌이켜보았습니다.

가능한 서로 눈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냄새가 신기한 우리 강아지가 한걸음만 제게서 떨어져 타인에게 꼬리를 흔들며 정겹게 다가가도 이리오라며 줄을 당겼고, 하굣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잘조잘 그날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에게는 조용히 하라고 다그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아이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어른이 있었지만, 지금은 '공공예절'을 지키지 않는 어린이와 그 곁의 엄마를 더 매섭게 바라보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줘야 했거든요. 그 배경에는  아이가 건네는 말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눈빛에 저처럼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습니다.


그런데
제가 멈춘 것은, 타인을 향한 스몰 토크뿐이었을까요


혹시 제 스스로
좀 더 행복해지는 문을 닫은 것은 아닐까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회사의 동료들과의 우연한 만남 또는 즉흥적인 대화는 협업을 더 증진하고 창의성, 혁신, 그리고 업무 성과를 향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소소한 대화가 활기를 불어넣고 자신을 존재가 회사 안에서 "보인다"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네요. 왜 사내 카페 등에 각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럼, 업무가 아닌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던(Elizabeth Dunn)은 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커피를 사러 갈 때, 때로는 바리스타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등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급하게 커피만 주문하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들에 대해서 엘리자베스는, 커피를 주문하는 것과 같이 기본적으로 기능의(또는 재화의) 교환에 중점을 둔 순간들을 진정한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 역시 "우리"라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서비스 제공자를 마치 조금 아는 사람처럼 대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녀는 해당 연구를 통해 , 바리스타와의 사회적 상호작용(미소 지으며, 눈을 마주치며, 간단한 대화)을 한 사람들은 주문 시에 효율성에만 중점을 둔 사람들 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종종 낯선 이와 진정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꺼리지만, 낯선 이를 마치 나와 조금은 아는 사람처럼 대할 때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얼마 전.

저녁시간에 울린 아이 핸드폰 속의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부터도 강아지를 좋아하던 아이는, 동네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만 보아도 달려가서 "인사해도 돼요?"라고 묻고는 강아지와 반려인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취미였더랬습니다. 그래서 늘 마주치는 강아지들을 줄 간식도 들고나가고 하다 보니, 자주 마주쳐서 얼굴이 익숙한 강아지와 반려인들이 생겼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그중 한 분과 문자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이가 늘 스스럼없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말을 잘 거는 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여기서는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었지만...--;;;;) 전화번호까지 받아두었는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몇 번 뵈어서 저도 안면이 있는 어른이시기는 했지만, 아이가 직접 보내는 문자에 이상하다고 생각하셨을까 봐요. 근데, 그 메시지 속의 이야기들이 제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핸드폰 속에서 아이는.

두 마리의 강아지 중 한 마리가 몸이 안 좋아서 산책을 못 나온다는 것을 알고 뜨문뜨문 한 번씩 문자로, 반려인 분께 강아지의 안부를 묻고 있었습니다.


낯 모르는 동네 아이가 몇 마디 나눈 뒤 전화번호를 받아가고, 강아지의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 당황스러우셨을 텐데, 문자 속 그 어른 역시 친절하게 강아지의 건강상태를 알려주시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픈 강아지는 하늘로 먼저 떠났지만, 그 후 새로운 강아지가 새 가족이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사진도 보내주시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다정한 인사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타인에 대한 경계를 내리고, 매일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눈으로 웃음을 전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익숙했던 아이는, 여전히 기억하는 방식으로 '스몰토크'를 이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좀 의아한 눈빛을 받았을 텐데도,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자신을 소개하고 다가간 끝에 아이의 세계가 저보다 더 빨리 넓어졌다는 것도요.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귀국 후 새로 인사온 동네 놀이터에서 다른 엄마들과는 안면이 없어 쭈뼛이 서있던 제 손을 끌고 가 "우리 엄마랑도 같이 놀아주세요."라고 다른 엄마들 앞에 먼저 소개하던 것도 아이였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만나는 다른 개의 주인들에게도 "이 강아지는 몇 살이에요? 이름이 뭐예요?어디 살아요?저는 요 아파트에 살아요."라며 대화의 물꼬를 트던 것도 아이였습니다. 엄마인 제가 조금씩 입을 다물고 있던 중에도, 아이는 아이가 알고 있는 행복 방정식을 그대로 삶에 옮기고 있었던거죠.


돌아보니.

비단 저희 아이만 이렇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낯모르는 타인에게도 잘 인사하고 웃어줍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좀 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원래 알고 태어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경계를 두르고 있는 것은 우리였는지도 모르겠어요.




펑펑 눈이 내린 지난 주말.

아이와 저녁을 먹고 한 바퀴 돌아보러 들린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제 뒤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쫑알쫑알 발음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두 꼬마의 귀여운 주장은 이랬습니다.

방학하기 전에 진짜 오~~~래 전에 한번 놀고 , 진짜 오랜만에 만나서 오래오래 같이 놀고 싶은데, 엄마가 약속이 있어서 금방 헤어지는 건 싫다구요오오오~~~~엄마가 약속을 취소하고 우리를 놀게해줘요~~~~~~!!!


이에 맞서는 엄마의 호소는,

엄마도 엄마 친구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데 ㅜㅜㅜ 오늘은 꼭 가야해~~~너희들은 또 유치원에서 금세 만날 예정이니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자~~응??

서로 좋아 죽겠다며 더 놀게 해달라고 갖가지 앞뒤 안 맞는 무해한 논리를 내세우는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던지, 그리고 엄마도 엄마 친구 보고 싶다고 호소하는 어머님의 목소리 또한 얼마나 애처로운지(그 마음 엄마니까 압니다 ㅎㅎ) 등 뒤에서 들리는 이야기 소리지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푸슬푸슬 났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 뒤돌아 한마디 얹어보았습니다.

"어린이들~~~~^^ 엄마도 친구가 얼마나 보고 싶겠어~~~어린이들. 우리 엄마 좀 보내드리자~~~."

예상치도 못한 뜬금없는 제 말 한스푼에, 아이들은 더 까륵까륵 웃으며 넘어갔고, 아이들 큰 목소리에 그만 조르고 조용히 하자며 안절부절 하던 어머니의 얼굴에도 웃음 꽃이 활짝 폈습니다. 그렇게, 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20초 남짓의 순간동안,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이의 사람들이었지만 마치 어디선가 한번 만난 것처럼 웃음을 눈으로 교환하며 잠시나마 더 웃었습니다.


지역으로, 연령으로, 성별로, 학벌로, 연봉으로…셀 수 없이 많은 기준들로 잘게잘게 나뉘어 가는 한국. 그 안에서 “핵개인”이라는 키워드도 눈에 들어오는 요즘입니다.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님은 " 효도의 종말과 협력 가족의 진화, AI 최적화 시스템 속에서 기존에 없던 존재인 새로운 개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할 사회 안에서 각각의 핵 개인들의 연대는 더욱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연대라.

그래서 더더욱 “완벽한 타인”과의 순간들이 만들어주는 행복이 소중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올 한해는, 내 곁의 '아는 사람들'의 울타리를 넘어서, 내가 모르는 타인들에게도 전하는 순간의 다정함을 더 키워볼까 합니다.


제 곁에 함께 걷는 우리집 강아지도,

낯선이에게도 짖지 않고 조용히 웃는 얼굴을

먼저 내보이도록 말이에요.

이제 두 살이 되는. 미뉴가 전합니다. 해피뉴이어!






안녕하세요. 

제 글을 처음 읽으시는 분들이시라면... 

저는 "맨모삼천지교"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맹모삼천지교'에 오타난 것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들꼐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맨하탄으로 갔다가 거기서 아이를 키우던 시간을 지나며 "맨(하탄)삼천지교"가 되었다 말씀드리고 싶네요. 

마케터로 브랜딩을 하며  17년의 시간을 지나, 사람들의 행동속에 감추어진 "conventional wisdom(일반적인 통념)"을 호기심을 담아 생각해 보는데서 시작 되었습니다. 

제가 읽고 쓰는 기록들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unny_story_of_my_life/)과 Threads(https://www.threads.net/@sunny_story_of_my_life?hl=en)에도 공유하고 있으니 함께 만나보세요!



참고 자료.


*개모차의 판매 추이가 사람 유모차를 넘어섰다는 내용에 대한 기사.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22738625

 

** 회사 내에서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다룬,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https://hbr.org/2014/10/workspaces-that-move-people


*** 엘리자베스 던의 연구결과

Is Efficiency Overrated?: Minimal Social Interactions Lead to Belonging and Positive Affect

https://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1948550613502990


참고 문헌 :

시대예보 : 핵 개인의 시대 by 송길영

스몰토크의 효용에 대한 기사

https://business.wisc.edu/news/talking-to-strangers-may-make-you-smarter-than-you-realize/

캠브리지 영어 사전

https://dictionary.cambridge.org/us/dictionary/english/small-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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