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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모삼천지교 Mar 20. 2019

칭찬에 인색한 아시아의 부모.

사랑한다. 잘했다. 고맙다...라고 말하고 있나요 우리?


금요일 오후 방과 후에는, 늘 아이 테니스 레슨이 있다.

친한 친구네와 같이 시간을 맞추어 클래스를 신청했는데, 두 아이 모두 너무 신이 나서 수업을 즐겁게 듣고는 끝나자마자 playdate를 외치는 상황이 반복되어서...요즘은 자연스레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 저녁을 함께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늘 엄마 둘이 모이면 그러하듯... 아이들 관련 이야기를 이어가며 수다를 떨다가, 미국에서 꽤 큰 스타트업 CEO인 친구 남편이 귀가하여 같이 수다 떨기 시작. 마침 오늘 주문해 먹은 음식도 동네에서 제일 자주 먹는 중국집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화제가 Asia & Korea로 넘어왔다.

젊은 CEO인 그는, 주기적으로 회사에 새로 입사한 신입 사원들과 같이 점심을 하고는 한단다. 그런데, 그 동안 만난 신입 사원들 중 아시아에서 온 꽤 많은 직원들이, 그의 회사에 취업한 것을 두고 부모님으로부터 꽤 큰 칭찬을 받았고...심지어 그것이 부모에게 들은 인생 첫 칭찬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꽤 놀랐단다.


그 이야기 끝에, 그가 나에게 질문했다.

“아시아 문화권은 칭찬이 인색한 편인지...?”


듣고 나서 답을 하려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보다 한국이 여러모로 표현이 참 미미하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깨만 부딪혀도 "Sorry"를 연발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How are you"를 친근하게 건네는 이 곳에 비해 기본적인 감정 표현이 없는 것은 물론... 가까운 관계에서도 '사랑한다, 미안하다, 잘 하고있다'와 같은 전반적 표현이 서구권에 비해서는 빈도수도 낮고 표현도 작은 편. 특히 아이들을 향한 표현의 경우 그 절대적인 양의 차이가 꽤 크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막상 스스로 한번 되짚어보며 생각해보니 더 차이가 느껴졌다. 내가 한국에서 육아를 하면서 보았던, 느꼈던 칭찬의 강도와 지금 내가 미국에서 보고 있는 전반적인 아이들을 향한 칭찬의 빈도만 비교해 보더라도 그 차이는 엄청난 수준.


한국의 기본적인 정서는 보수적인 유교 문화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러리라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러한 문화가 특히 성장 중인 “아이들”에게 긍정적인가를 생각해보았을 때, 답은 “NO”였다.  작은 일에도 “Good Job!!!(잘했어!!)”을 듣는 아이들, 하루에도 열두 번씩 “Yes, sweetheart (그래, 우리 예쁜 아가)“라는 달콤한 말로 지칭되는 순간들. 어이없는 행동에도 잘한 부분을 더 찾아내서 아이들에게는 가능한 모든 상황에 "No", "That's no good"등을 포함한 부정적인 언어가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들. 바로 그런 순간들이 쌓여 긍정적이고 활달하고 자기표현에 자신감 있는 어른으로 자라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얼마 전,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어떤 출연자의 사연에 MC 이영자 씨가, 표현하지 않으면 절대 그 누구도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사랑한다면 표현하시라는 조언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었다. 기사를 읽어내려가면서 참 맞는 말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한 발 더 나아가, 입 밖으로 우리가 뱉어내는 말이 반대로 우리 스스로를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작은 사소한 실수에도 미안하다, 작은 성취에도 잘 해냈다!라고 자꾸 반복하면 어느새인가 그 말을 따라 사랑하는 마음도 자꾸 커지고 상대를 귀하게 보는 마음도 같이 자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이랄까.


얼마 전에 읽은 “걷는 사람 하정우”에도 ”말이 가진 힘”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언령을 믿으십니까_도심을 걷다가 문득] 중에서

"말에는 힘이 있다. 이는 혼잣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결국 내 귀로 다시 들어온다. 세상에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은 없다. 말로 내뱉어져 공중에 퍼지는 순간 그 말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비난에는 다른 사람을 찌르는 힘이, 칭찬에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말을 최대한 세심하게 골라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내보내야 한다. 입버릇처럼 쓰는 욕이나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날 선 언어를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만 3세 이후부터는 온전하지는 않지만 아이와 여러 가지 의견을 주고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많은 말 중 얼마나 이 아이에게 온전히 칭찬과 격려과 사랑을 전했을까.

짜증과 무감각한 반응은 얼마만큼 이었을까.


그 생각 끝에,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옆에 잠든 아이 이마를 쓸어내리며 일기장에 다짐 아닌 다짐을 적어 내려갔다.

"이제 곧 만 5세가 되는 아이에게 지금 내가 건네고 있는 말들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좋은 말, 예쁜 말]을 가득 전해주자. 지금 내가 건네는 말이 이 아이의 미래에 맺을 열매들의 씨앗이 될 수 있으니, 가능한 예쁘고 건강하고 힘나는 것들로만 잘 골라보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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