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어디로 간다고?”
“부산을 다녀오려고. 한 번도 안 가봤거든. 급하게 갑자기 결정된 거라 자리가 없을까 봐 급하게 기차표를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하려던 참인데...”
“맞다! 부산이라고 하니까 생각난 이야기가 있는데, 부산에 갔다가 큰일 날 뻔했잖아.”
휴가를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묻는 대화 내용이다. 질문자의 대화에 갑자기 결정된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미처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질문자가 자신의 이야기가 생각나 끼어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옳은 대화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어떤 사람도 질문자와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휴가를 못 갔다면서? 어떻게 된 거야?”
“프로젝트 일정이 불명확해서. 가족들이 성화니 가까운 부산으로 갈까 해. 갑자기 결정된 휴가라 여러 가지 상황을 맞춰서 일정을 잡느라고 힘들었어.”
“고생이 많았네. 부산 좋은 곳이지. 나에게는 아찔한 추억이 있지만 말이야. 하하.”
분명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가 떠오르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대화를 잘 이어가고 싶다면 그 순간을 잘 넘겨야 한다. 참지 못하고 중간에 끼어든다면 상대방은 기분이 상할 것이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게 될 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겠는가? 잊어버릴 것 같아 걱정이 되는가? 그렇다면 잊어버리지 않도록 메모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상대방의 말 틈 사이로 나의 말을 집어넣기보다 상대방의 말 중간중간 나의 생각을 메모해 두었다가 말이 끝난 뒤 정리하여 말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좋은 효과가 있다. 첫째, 생각나는 대로 바로 말을 한다면 정리가 되지 않지만, 메모를 한다면 한 번에 정리해서 말할 수 있으니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다. 둘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메모하고, 정리하는 사람으로 보여 깔끔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셋째, 화자의 이야기를 메모하는 사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대화를 원활히 나누려면 상대의 말을 요약하기보다는 끝까지 경청해야 한다.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은 타인이 해결책을 빨리 제시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힘들었겠네."라고 마음을 다독여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힘들어 보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는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감정이입이 되어 상대방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 저절로 집중하여 듣게 되고 이야기를 해 주기보다는 들어주게 되며,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보다는 ‘그랬구나, 힘들었겠구나’라는 말로 공감을 해주게 된다.
토크쇼의 황제 래리 킹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화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훌륭한 청자가 돼야 한다.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 더 잘 응대할 수 있고 내가 말할 차례가 됐을 때 말을 더 잘할 수 있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상대방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 반대로 놓고 보면 누구나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