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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Oct 19. 2020

행동을 바꾸는 질문, 레토릭법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과 실랑이를 한다. 부탁을 했다가, 일방적으로 지시를 했다가, 강요를 했다가 결국은 화를 낸다. 성격이 급한 나는 할 일을 빨리 해놓지 않으면 안 되는데 아들은 참 여유롭다. 가방정리를 하라고 하면 가방에든 물건을 하나씩 꺼내면서 새로운 놀이를 한다. 필통을 꺼내 연필을 깎으라고 하면 어느새 필통은 우주선이 되어 있다던지, 교과서를 챙기라고 하면 교과서를 뒤적거리며 진도가 나가지 않은 곳에 끼적거리기도 한다. 씻으라고 욕실에 보내면 30분이 지나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나는 답답한 마음에 자꾸 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가방 챙겨라’, ‘가방 챙겨야지’, ‘가방 언제 챙길 거니?’ 등등 한 가지 일에 대해서 5번 정도는 잔소리를 하는 것 같다. 이쯤 되면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상대하고 지친 채로 집에 돌아와 쉬지도 못하고 저녁밥을 해서 먹이고 치우면 좀 쉴 수 있을까 하는 나의 기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가는 늦게 잘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닥을 어질러 놓으면 어떻게 될까?”

“숙제를 하지 않으면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실까?”

“늦게 자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했더니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장난감을 밟아서 발이 아파요.”

“그 자리에서 바로 숙제를 하라고 하세요. 그럼 나는 놀이 시작이 없어져요.”

“키도 안 크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학교에 지각해요.”     


대화기법 중 ‘레토릭 법’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은 ~다’라고 단정 지어서 말하는 것보다 ‘~은 ~하면 어떨까?’라고 물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답을 생각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또는 걱정되어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조언을 하였지만, 상대방은 잔소리나 책망하는 소리로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바로 행동에 옮겨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훈계보다는 질문을 던져보자. 상대방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에서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으며, 답을 함으로써 행동에 힘을 싣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돼.’라고 의견을 강요하기보다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질문해보자. 질문을 한다는 것은 의견을 구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당신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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