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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정말 통할까?

진심이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by 희원다움

요즘 진로 코칭을 하다 보면 마음 한편에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AI가 많은 일을 대체하고, 사회가 불확실하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진로'를 찾는 게 여전히 의미 있을까? 어차피 세상은 예측이 불가능한데, 지금 애써 방향을 정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하던 올여름, 한 고등학생을 만났다. 7월 말부터 매주 버크만 검사를 기반으로 자신을 탐색하는 코칭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대학생조차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하면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학생은 달랐다.

그녀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바로 질문했고, 시간이 필요하면 “다음 시간까지 생각해 볼게요”라고 했다. 자신에 대해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모름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 태도에는 “빨리 답을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 대신,“조금씩 나를 알아가 보겠다”는 자신에 대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물론 자신을 탐색한다고 당장 진로가 정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는 진심어린 마음이 그녀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나의 질문에 서둘러 답을 내버리기보다, 그 질문을 품은 채 스스로 생각해 오던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코칭이 끝난 어느 날, 그 학생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생님, 제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문장과 함께 도착한 커피 쿠폰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다. 용돈을 쪼개 성의를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고맙고 예뻤다. 그 친구를 보며, 진로코칭은 누군가의 방향을 대신 정해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고 한 걸음 내딛도록 함께 걸어주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 나는,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의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순간,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상대방은 자기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생각 대신 한 걸음.’


그 학생이 보여준 건 바로 그것이었다.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스스로의 진심을 믿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 결국 자신을 향한 진심이 있어야 생각이 길이 되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진심은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결국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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