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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대신 행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 나아가는 법

by 희원다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자연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려고 ‘동아전과’를 펼쳤다. 거기엔 동물들의 눈이 확대된 사진이 있었다.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불을 끄고 눈을 감으니 그 눈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 눈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저들에게 잡아먹히면 어쩌지? 그러면 나는 죽는 건가?’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그날 이후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처음, ‘죽음이란 두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승무원을 그만두고 또다시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를 맞았다. 피부미용과 마사지를 배우며 방향을 찾아보려 했지만, 불안은 점점 커졌고 무기력은 깊어졌다. 어느 날 횡단보도를 건너며, ‘달려오는 차를 피하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진로 앞에서 한참 방황하던 그 무렵,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중환자실에 들어가셨고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


나는 처음으로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라 가까이 있었구나. 인생은 참 허무하게 끝나버릴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날 이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죽을 만큼 하기 싫은 일을 계속 붙잡는 게 과연 옳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는 그 당시 붙잡고 있던 진로 문제를 해결했다. 남들에게 ‘괜찮아 보이기’ 위해 인내하고 버티는 대신, 내가 진심으로 호기심이 생기는 쪽으로 한 걸음씩 옮겼다. 새로운 걸 배우고, 직업을 옮겼으며, 소진되는 관계를 정리했다. 그렇게 쌓여가는 경험을 통해 나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심리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의 부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죽음을 잊게 해주는 상징적 체계를 만든다.” 그 상징이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며, 또 다른 이에게는 성취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라짐의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 무언가 확고한 것에 마음을 정박시킨다.

예전의 나는 죽음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그것을 잊기 위해 자격증을 모으며 스스로를 증명하려 했고, 억지로 사람들을 만나며 인맥을 관리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나는 그 두려움을 피하는 대신 ‘내 삶의 기준’을 세웠다. '어차피 언젠가 인생에 끝이 있다면, 그 끝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을 살아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나를 덮치려할 때는 그것을 없애려 애쓰는 대신, 그 에너지를 작은 행동으로 바꾼다.


● 불안과 두려움을 행동으로 바꾸는 방법


1. 생각의 루프를 ‘몸의 움직임’으로 끊기

불안은 머릿속에 있을 때 가장 커진다. 그럴 땐 생각보다 몸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나는 책상을 정리하고, 5분만 스트레칭을 했다. 그 짧은 움직임이 머릿속의 소음을 멈추게 했다. 이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생각의 회로’를 끊는 첫 번째 행동이었다.


2. 도전과 실패를 기록하기

불안의 뿌리는 “실패하면 끝이다”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로 실패를 겪어보면,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는 걸 알게 된다. 원하던 병원의 면접에서 떨어지고, 시작했던 공부를 중간에 그만두어도, 결국 나는 그때로부터 또 다른 길을 살아갔다. 실패는 나를 멈추게 한 게 아니라,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제 나는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그저 나 자신으로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려 한다. 물론 때로는 세상의 기준과 타인과의 비교로 흔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정의한 인생의 본질을 떠올린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죽음으로 향하는 이 과정에서, 마지막 순간 후회 하지 않을 선택을 하자.


불안과 두려움은 여전히 곁에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생각만 하지 않고 움직인다. 딱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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