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원도 여행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속초를 가장 많이 다녀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바다가 보고 싶거나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속초였다.
여행을 준비할 때면 늘 블로그를 검색했다. 유명한 블로거들이 추천한 카페, 숙소, 맛집을 중심으로 루트를 짜고 리뷰에서 본 사진 속 장소에서 나도 똑같은 사진을 남겼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번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속초만의 특별한 기억이 없었다. 그저 검색하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블로그 리뷰 이상의 의미도, 나만의 여행이라고 부를 만한 흔적도 없었다.
<남의 이야기를 따라한 체험>
‘체험(體驗)’의 사전적 정의는 몸으로 겪은 의식적인 활동이다. 대부분의 체험은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다. 누군가의 추천과 후기를 따라 남이 걸었던 길을 다시 밟는 일, 그것이 우리가 흔히 하는 체험이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체험을 해도 그건 남의 언어로 복제한 경험일 뿐, 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에게 남은 건 남들이 좋다고 한 곳에서 찍은 나의 얼굴이 나온 인증 사진뿐이다.
<나의 해석으로 시작될 경험>
‘경험(經驗)’의 ‘경(經)’은 ‘세월을 지나며 엮는다’는 뜻이다. 같은 일을 겪어도 그 일을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해 이전의 경험과 엮는 순간, 비로소 자신의 스토리가 된다.
그래서 다음 속초 여행에서는 후기가 좋은 카페 대신 내 시선이 멈추는 곳에 가보려 한다. 카메라 렌즈가 아닌 내 눈으로 풍경을 담아볼 것이다. 그 순간이 아마 나의 체험을 경험으로 이어주는 첫 장면이 될 것이다.
체험을 반복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정보, 성공 스토리, 인사이트를 계속 체험만 하며 자기 것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은 어제의 경험에 비추어 오늘은 다른 경험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 경험이 연속되면서 자기만의 서사가 탄생하고, 결국 삶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세바시 '유영만 교수님'
유영만 교수의 이 말은 내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첫 직장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시절, 긴장과 스트레스가 반복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 나는 컴퓨터를 전공하게 만든 고모를 원망했다.
“고모만 아니었으면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거야.”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그 시절을 회고하고, 비로소 나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시키는 대로 살면, 결국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 후로 나는 다르게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 선택들이 하나둘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담과는 다른, 나만의 경험이 이어져 완성된 내 이야기.
그때부터였다. 내 삶에도 서사가 생기기 시작했고, 꼬여 있던 인생의 매듭이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
1. 기록하기- 그날의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해 기록한다.
2. 적용하기- 기록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다음 행동이나 선택에 적용한다.
3. 연결하기- 반복된 경험들을 이어보며 공통된 의미를 찾아, 자신만의 스토리로 확장한다.
남이 그어놓은 길을 따라가며 인생을 체험만 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스스로의 서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